▶ 현지 용역업체, 노동자 여권 빼앗고 감시 등 ‘노예적’ 관행 여전
▶ WP·NBC·ICIJ 탐사보도…美국방부 “인신매매 해결 위해 조치해와”
미국 군대가 주둔 중인 해외 기지에서 광범위한 노동 착취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NBC 방송이 28일 함께 보도했다.
미군이 현지 용역업체에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맡겨놓고는 관리·감독에 소홀한 탓에, 노예와 다름 없는 노동 강요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WP, NBC,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등 기관의 공동 탐사취재를 종합하면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군기지 최소 4곳에서 감금에 준하는 노동 강요 관행이 확인됐다.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계약직 외국인 노동자 중 취재진 인터뷰에 응한 40여명은 회사로부터 애초 약속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는가 하면, 장시간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목소리로 증언했다.
압둘라(가명·26)의 경우 매달 660달러(약 94만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에 1만250달러(약 1천461만원)의 취업 수수료를 내고 2016년 모국인 방글라데시에서 쿠웨이트로 넘어왔다.
하지만 실상은 캠프에서 하루 12시간씩 쉬지 않고 설거지를 해야했고, 월급으로 손에 쥐는 돈도 기대했던 것의 절반이 안 되는 260달러(약 37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압둘라는 NBC 인터뷰에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매일 울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에 인력을 조달하는 현지 업체는 통상 취업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달러 이상을 요구하는데, 목돈이 없는 근로 희망자들은 고리대금으로 이를 마련하게 된다고 WP는 설명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거액의 빚이라는 족쇄까지 채워진 노동자들은 종종 용역업체의 신체적 가혹행위에도 직면해야 했다.
카타르에 위치한 미국과 영국의 합동 기지인 알-우데이드 기지에서 일했던 쿠마르는 "수수료를 낸 사실을 미국인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말했지만, 그는 '무력하다'고 답했다'며 "미국인들도 수수료 문제를 알면서도 말하기를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용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여권을 빼앗아놓고는 돌려주지 않는가 하면, 퇴사에 필요한 서류 발급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쿠웨이트의 대형 인력 하청업체인 KRH에 소속된 인도 출신 정비사(38)는 "자유가 없고, 좋지 않은 삶이다"라며 "6년간 일했고, 떠나고 싶지만 회사가 날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KRH 측은 이같은 불법 노동 관행 의혹과 관련한 WP의 이메일 질의에 "내용이 모두 부정확하다"라고만 답변해왔다.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10여 개의 미군기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의 작전 활동, 알카에다·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등을 위해 운용되는 곳이다.
인력업체를 통해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은 대다수가 남아시아 지역 출신의 비숙련 노동자로,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에 미군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해외 기지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인권 침해 문제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BC가 검토한 국무부 문서를 보면 미국 국방부는 최근 5년간 페르시아만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군사기지에서 보고된 176건의 인신매매에 가까운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 관행을 더 면밀히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니콜 슈웨그먼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몇년간 노동 인신매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조달부문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학대 행위 보고를 강조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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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타 착취라니...돈준다니.일하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