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신경 줄기세포 이동 능력은 일반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준희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장미숙 서울대 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신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해 조현병 환자의 신경 줄기세포 특성을 연구한 결과다.
연구팀은 2013~2020년 조현병 환자 3명, 조현병 진단을 받은 가족(친척)이 여러 명(2명 이상) 있는 유전적 고위험군 3명, 일반인 3명 등 9명의 유전 정보를 각각 담은 신경 줄기세포를 만들어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복부 지방에서 추출한 성체 줄기세포로 신경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 최신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 신경 줄기세포의 이동 속도를 6시간 간격으로 모두 48시간 측정했다.
그 결과, 이동률이 50%에 도달하기까지 조현병 환자의 신경 줄기세포 평균 속도는 18시간으로 일반인의 6시간과 3배나 느렸다.
이동률 100% 지점까지의 평균 속도에서도 조현병 환자는 48시간이 걸려 일반인 30시간, 유전적 고위험군 36시간과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또한 신경 줄기세포 특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현병 환자의 신경 줄기세포는 Sox2 유전자 발현도 일반인보다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ox2 유전자는 기존 줄기세포에서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ㆍ성체 체세포가 배아 줄기세포와 동등한 능력을 갖도록 유도해 만든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조작해야 했던 주요 유전자 중 하나다.
조현병 환자의 Sox2 유전자 발현 정도는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저하돼 있었다.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만든 신경 줄기세포에서 조현병 환자와 일반인 사이의 Sox2 유전자 차이가 밝혀진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 환자의 약물과 전기 경련 치료(ECT) 효과를 입증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현병 증상을 신속히 완화하기 위해 약물 치료와 함께 전기 경련 치료가 시행되는데, 전기 경련 치료를 받은 환자는 Sox2 유전자 발현이 늘어난다.
이준희 교수는 “이번 연구로 신경 줄기세포의 이동 능력이 조현병의 병태 생리와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번 연구가 신경 줄기세포 특성을 조현병 표지자로 활용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조현병 연구(Schizophrenia Research)’ 최신 호에 실렸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