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도 같은 입장만 되풀이될 때 “말이 안 통한다”라느니 “절벽에 대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라느니 하면서 투덜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말은 하기 쉽게 하지 말고 듣기 쉽게 하라는 말도 있다. 이는 말하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듣기가 안되어서 하는 소리다.
공자(孔子)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하면서 누구나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듣기의 어려움은 홈스(Oliver W. Homes)의 말처럼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통의 어려움을 더 확실하게 표현한 것은 “모든 분쟁의 99%가 의사 소통의 부족에서 일어난다”는 웹스터(Russel Webster)의 말이다.
옛말에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이라고 했다.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일이지만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선후배 간이든 호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잘 들어준다” 라는 것은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말 들어주기”로 말한다면야 이 세상에서 부모만큼 자식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아이의 입에서는 “엄마, 그게 아니고요….” 하는 소리가 나온다. 엄마는 스스로 “내 아이를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아이의 속마음까지는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엄마의 이야기에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듣곤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가 몇 달씩 마음고생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왜 일어나겠는가?
아무리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가족 일지라도 서로 간에 마음의 벽을 쌓아놓고 산다면 부모나 형제간이라도 소통의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했다고 하지만 정작 공허한 아이의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는 까닭은 왜 모르고 있는 걸까?
부모가 아이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의 귀나 마음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내 아이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일이다. 인간 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정리해 놓은 발달단계나 과업에 대한 지식과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는 일은 내 아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아이의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다 보면 특징적인 표정이나 행동들이 눈에 띄게 마련인데 이러한 행동들은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예를 들자면 아이가 엄마와 이야기 할 때 시선을 어느 곳에 두고 있는지 또는 집에 들어올 때 손을 흔들고 들어오는지 아니면 감추고 들어오지는 않는지 등의 행동들은 모두 아이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이유 없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마음속의 고통을 표정이나 행동으로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지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조건 없는 희생을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사랑, 엄마의 꿈이 아니라 아이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받아주고 격려해 주면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려 줄 때, 아이의 얼굴에는 정말 아름다운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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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 와싱톤복지상조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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