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정문 쪽으로 새카만 벤츠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호텔 종업원이 서둘러 달려가 차 문을 열어주면 중년의 신사가 점잔을 빼며 내린다. 그 옆을 지나던 사람들이 그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는데, 그는 이를 못 본 척하고 로비로 걸어 들어간다. 바로 그 맛이 없다면 누가 구태여 그 비싼 돈을 주고 외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겠는가? 만약 외제 고급차에 붙는 관세나 다른 추가적 비용이 전혀 없어 국내산 고급차와 비슷한 가격으로도 살 수 있다면 이를 타고 으스대는 재미는 뚝 떨어져 버릴 것이다.” (이준구의 ‘열린경제학’ 중에서)
팡세의 서두에서 블레즈 파스칼은 이렇게 썼다. “인간의 본능 안에는 공명심과 허영심이 깊이 색인되어 있어서 자기 과시를 위해 허세를 추구한다.” 경제학자 베블렌(T. Veblen)도 비슷한 말을 했다. “허영심이 있는 사람들은 과시적인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서울의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 여성의 40퍼센트가 성형수술을 했다고 조사되었다. 이것은 일반인이 조사한 것이 아니다. 한국성형외과의사회 소속 전문의들이 조사한 것이니 그대로 사실일 것이다.
아무리 수천 만 원을 들여 눈, 코, 입, 턱의 윤곽을 뜯어 고친다 해도 그것으로 내면의 아름다움과 실력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다. 0.1인치도 안 되는 겉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자신의 인격과 정체성을 분식한다면 그것처럼 비겁한 젊음도 없을 것이다.
유다의 13대 왕 히스기아는 위대한 왕이다. 우상숭배를 척결하고 18만 5,000명의 대군 앗수르의 공격을 막아낸 업적을 세웠다. 하지만 승리가 있은 후 히스기아는 방심하여 큰 실수를 저질렀다. 바벨론 축하 사절단 앞에서, 그 마음이 우쭐한 나머지 궁중에 있는 금은보화는 물론 성전에 있는 모든 기물까지 다 보여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과시했다.
이 일이 있은 후 100년이 지난 시드기아가 왕이 되었을 때다. 중동의 새 강자로 등장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쳐들어와 예루살렘을 유린했다. 이때 히스기야가 100년 전에 보여주고 과시했던 궁전의 보물과 기물을 다 약탈당했다. 새들은 짝 짓기의 유리한 선택을 획득하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과시전략에 익숙하다. 하지만 휘황찬란한 깃털을 뽐내는 순간 독수리의 눈에 띄어 밥이 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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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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