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횡단보도가 없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던 시애틀 시내 도로에 누군가가 게릴라 작전을 하듯 간밤에 횡단보도를 그려 놓았고, 주민들이 한참 사용을 했으며 시 교통당국이 뒤늦게 나서 최근에 지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시애틀 그린우드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해 9월 83번가와 그린우드에 밤 사이 횡단보도가 그려졌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시교통국(SDOT)이 설치하는 피아노 건반 모양이 아닌 하얀 블록 모양이었으며 시의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누가 그렸는지 알 수도 없었다.
이렇게 8개월이 지나갔고 SDOT는 이달 초 “누군가가 그려놓은 횡단보도가 시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페인트를 벗겨내고 도로에서 완전히 제거했다.
이에 대해 SDOT 대변인 에달 버거슨은 “그린레이크로부터 이어지는 자전거 루트 건설의 일환으로 이 곳에도 영구적인 횡단보도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교통신호 등이 포함될 예정으로 향후 몇달 안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그린우드 지역 주민들은 시의 횡단보도 설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주민들은 시가 벌써 수년째 횡단보도를 설치한다고 말했지만 전혀 진척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당초 2021년 설치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웨스트 시애틀 브리지 보수 공사로 인력이 집중되며 횡단보도 설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누군가 게릴라식으로 횡단보도를 설치한 것에 대해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린우드 주민 밥 펠로우스는 “왜 누군가가 직접 나서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일종의 행동주의”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실제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게 되며 주변에서 차량이 서행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교통 전문가들은 “페인트가 반사되지도 않아 시야확보에 좋지 않으며 횡단보도 근처에 정지신호도 없어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애틀 지역에서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어 왔다.
지난 2020년 여름 사우스 시애틀 지역에도 간밤에 횡단보도가 그려졌지만 1년 후 SDOT는 시의 횡단보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거했다. 시애틀 발라드와 쉽 캐널 근처에도 RV차량의 장기주차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대형 콘크리트 블록을 설치하기도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