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규정하고 공격적 긴축을 주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월 말에야 “‘일시적’이라는 단어에서 빠져나올 시기”라며 태도를 바꿨다. 연준의 소극적 자세를 공격한 ‘월가의 거물’ 중 한 명이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고문이었다. ‘뉴노멀’의 개념을 정립한 엘에리언은 지난해 12월12일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본 것은 연준 역사상 최악의 정책 판단”이라고 직격했다.
부모가 이집트계인 엘에리언은 1958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3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5년간 근무했다. 그의 삶은 1999년 세계적 자산운용사 핌코에 몸담으며 전환기를 맞았다. 핌코에서 300조 원의 운용을 총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단숨에 5조 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실력을 발휘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2년 동안 하버드대학기금(HMC) CEO를 맡아 대학 재산을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엘에리언의 식견을 보여준 것이 뉴노멀의 정의다. 그는 금융위기 직후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저성장과 미국의 경제 역할 축소 등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뉴노멀로 통칭했다. 2003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 투자자 로저 맥나미가 이 말을 처음 썼지만 개념화한 것은 엘에리언이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그를 2009년부터 4년 동안 ‘100대 글로벌 사상가’로 선정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글로벌개발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연준 부의장 후보에 올랐다. 이집트 총리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다.
엘에리언이 최근 “전면적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 뒤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당국도 복합 위기를 넘기 위한 정밀한 정책 조합과 함께 구조 개혁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
<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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