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진 유산상속법 전문 변호사
고객들에게 상담을 위해 가족관계, 재산내역에 대한 질문서를 먼저 작성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때 많은 이들이 본인 사후 화장을 원할 지 아니면 장지를 쓸지에 대한 질문까지 대답을 해야한다 것을 많이 의아해한다. 물론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누가 상속집행자가 될지를 물어보는 질문보다는 중요도가 더 떨어지는 질문임은 당연하다.
화장/장지에 대한 질문의 의도는 자녀에게 혹은 상속집행자/장례집행자에게 살아생전 본인이 어떤 방식으로 사후 처리가 되길 원했는 지 명확히 전달해주는 데 있다. 남편 아내 중 한 사람이 먼저 하늘나라를 가는 경우, 나머지 배우자가 주로 장례절차며 일처리를 하거나 자녀가 주축이 되어서 일처리가 진행된다. 한 배우자가 그 나마 남아있기에 먼저 떠난 고인의 평상시 장례에 대한 뜻을 전달할 수도 있고, 장례식에 부를 이들도 정리를 하는 데 용이하다.
허나 마지막 부모마저 떠나게 되면 자녀들은 많이 우왕좌왕한다. 자녀들 본인 친구/지인들에게 알리는 것은 쉬우나, 부모님이 평상시에 누구를 본인 장례식에 부르길 원했는 지, 혹여 이름이라도 안다면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 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어가 훨씬 더 편한 2세 자녀들은 일일히 부모의 부고를 전화해서 알리기 힘드니 그나마 신문에다가 부고를 알리면 다행인 셈이다.
고인이 자녀가 없는 경우 게다가 모든 친인척이 한국에 있는 경우, 필자의 사무실로 고인의 메일을 포워딩 (forwarding)해서 한동안 받는다. 이는 고인이 떠난뒤 마지막 재산 정리를 깔끔히 도와주기 위함이 큰 데 가끔가다 고인의 지인들이 고인의 안부를 묻는 편지/카드를 대신 받기도 한다.
전화번호가 있다면 전화를 하고, 주소만 있다면 고인의 부고를 우편으로 알려드림으로써 고인이 더 이상 이 세상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데 전화를 받고 한참을 우는 고인의 지인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게다가 팬데믹이 겹치니 왕래가 예전 같지 못하다가 연락이 한동안 끊긴후 친구의 부고를 변호사를 통해 듣는 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적어도 본인 사후 누구에게 연락할지 연락처 정도는 정리해서 꼭 적어놓으라고 부탁한다. 법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이 아니더라도, 지인들에게 본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라도 남겨놓는 것이다.
화장/장지에 대한 결정을 미리 해놓으라고 부탁하는 이유도 사후 자녀들간 장례방식에 대한 마찰이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 재산 때문에 싸우지 않으나, 화장/장지때문에 의견이 다르거나 심지어 어떤 관을 쓸지, 묘비명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도 자녀들간 의견이 많이 다를 수 있다.
평상시 장지를 쓰길 원했다가 하늘나라 떠나기 하루 전에 간병온 자녀에게 화장해달라고 유언을 남긴 이가 있었다. 분명 장지를 원한다고 장례절차서에 서명했는 데, 마지막으로 화장에 대한 유언을 전달받은 자녀는 부모의 마지막 유언을 지켜야한다고 하니 나머지 형제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화장을 해서 재를 장지에 모시는 것으로 절충을 보았으나, 괜히 형제들간 감정싸움이 일어난 셈이다. 따라서 서명했던 서류와 뜻이 달라지는 경우 되도록 빨리 서류를 고쳐서 현재 본인이 원하는 봐를 다시 문서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장지/화장을 원했다가 시신기증으로 교체하기를 원하는 고객들도 꽤 많았다. 이 또한 부모의 뜻을 자녀에게 잘 전달하기를 권고드린다.
우리는 언젠가 다 하늘나라로 간다. 본인 스스로 사후준비를 잘 해놓을 수록 그리고 자세히 원하는 바를 적어놓을 수록 자녀가 싸우지 않으며, 친지와 지인들에게 소식이라도 한번 더 전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문의: LA (213)380-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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