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 (56) 고려 팔만대장경

가까이서 본 팔만대장경 목판은 레이저로 깎은 금속활자처럼 한자 글씨의 각이 완벽하다. 특별 허가를 받아 초근접 촬영을 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Photo ⓒ 2021 Hyungwon Kang]

[Photo ⓒ 2021 Hyungwon Kang]

현대식 온도와 습도 조절 기술이 없이도 700여년 이상 완벽히 보존되어 온 팔만대장경 목판 모습. 더 과학적으로 오랫동안 목판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해인사 장경판전 책임을 맡고 있는 응기스님이 팔만대장경 연구학자 스승 남권희 교수와 목판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8만1,352개의 목판이 보관되어있는 해인사 장경판전 내부 모습.
[Photo ⓒ 2021 Hyungwon Kang]
목판 인쇄의 최대 걸작인 팔만대장경은 고려인들이 해낸, 누구도 하지 못한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모은 기록물이다.
한자는 불교와 유교 철학과 함께 기원전 이전부터 우리 문화에서 꾸준히 발전해 왔다. 불교는 토착 신앙 및 유교 사상과 함께 일찍부터 한국인에게 가장 뿌리 깊은 사상으로 정착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 중 하나는 인쇄술의 발명으로, 고려인들은 이를 고려지(한지)에 인쇄함으로써 완성했다. 그 당시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종이였던 고려지(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에 수백년 간 발전시켜 온 목판 인쇄에서부터 최첨단 금속활자 인쇄까지 가능했던 고려는 기동성 있게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몽골 기마병들도 본 적이 없는 문명이었다. 인쇄 기술의 혁신은 소수의 학자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지식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700년 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지배했던 몽골 제국은 징기스칸의 손자들이 유럽과 유라시아에서 왕국과 마을을 초토화하고, 가는 곳마다 끔찍한 현지인 말살 비행을 저지르며 온 세상을 처참한 공포 속에 빠트렸다.
그러나 몽골이 동아시아 끝에서 직면한 문화대국 고려에서는, 실전으로 훈련된 그 막강한 몽골군도 산성을 기반으로 완강하게 40여 년간 저항한 고려 사람들으로부터는 통쾌한 승리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대를 이어 지속되었던 몽골과의 전쟁 초기에 고려의 지배층은 수전에 약한 기마병들을 피해서 일찌감치 수도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겨갔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몽골 침략군들이 가져온 피해는 끝이 없었다.
12세기 초 수년에 걸쳐 판각한 초조대장경 목판은 대구 부인사에서 불타 없어졌고, 신라에서 아홉의 주변 경쟁국을 다스리고자 건축했던 황룡사 9층 목탑(皇龍寺九層木塔)은 몽골군에 의해 없어져버렸다.
전해오는 기록에 의하면 645년에 완성되었던 황룡사 9층 목탑의 규모는 그 당시 기술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요즘 아파트 30층 높이를 웃도는 전체 225척(약 80m)이나 되었다.
고려 사람들은 그 비극적인 현실을 불심으로 극복하고자 15년 간(1236~1251)에 걸쳐 8만개가 넘는 고려대장경을 목판으로 새겼다.
이미 13세기 초부터 금속 활자로 인쇄를 하던 고려인들은 5,200만 자 이상의 글을 팔만장 이상의 목판에 판각하면서 고대 목판 인쇄를 가장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의 세 가지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5,200만 자의 한자를 총 8만1,352개 목판에 기록한 팔만대장경은 그 당시 인류의 모든 지식을 기록한 인류 유산이다.
최근 팔만대장경 목판을 가까이서 관찰했을 때 목판 중 일부는 옻칠을 해서 레이저로 깎은 금속활자처럼 한자 글씨의 각이 완벽히 보존되고 있었다. 팔만대장경 목판을 둘러싼 신비 중 하나는 필사로 쓴 글을 판각한 서체가 마치 기계로 찍은 것 같이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5,200만 자가 완벽한 서예 실력을 갖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완벽해 보인다.
우리 글씨체 중 추사체를 개발한 추사 김정희(1786~1856)는 “팔만대장경의 글씨는 사람이 쓴 육필이 아니라 신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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