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문화학교 시창작반 수업시간 강사가 물었다 “꽃양귀비 어때요?” 오십 대 초반 꽃 얼굴을 한 수강생이 대답했다 “빛깔이야 참 곱지요” “그래서, 좋아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예쁘기는 하지만 별로예요” 이십일 년째 매주 월요일 같이 밥 먹는 사이이기 때문일까 꽃을 보는 눈 또한 다르지 않다 아니, 곱디고운 꽃양귀비에 끌리지 않는 이유 도대체 뭘까? 강사의 궁금한 속내 알아챈 수강생 “감춘 것 없이 다 드러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맞다, 보여줄 게 꽃밖에 없을지라도 남김없이 보여주면 매력 없다는 사실 알려준 거다
권숙월 ‘꽃양귀비 활짝’
거참, 듣는 꽃양귀비 어이없네요. 꽃이 달래 꽃이요? 빛깔 좋고 예쁘면 그만이죠. 감춘 것 없이 다 드러냈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이래요? 내 속을 양말처럼 뒤집어 보았나요? 날마다 웃지만 뿌리털로 길어 올리는 눈물 보았나요? 나는 귀화식물, 사람으로 치면 외국인 노동자죠. 당신들이 산 깎고 둑 쌓은 자리 흩뿌려 놓았죠. 토종 꽃들도 살기 힘든 박토에서 흔들리죠. 우리는 다른 풀들과 섞여 자랄 때 밋밋한 초록에 찍는 붉은 방점이었죠. 일색으로 심어놓고 감춘 것 없다고요? 그렇게 절제미 아는 호모 사피엔스님들, 하늘모자 땅윗도리 바다바지 다 벗겨 놓고, 마스크로 하관 가리고 다니니 참 은근히도 매력이 넘치네요. 반칠환 [시인]
<권숙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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