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빌딩 파이낸스 2021 (2) 마이데이터발 플랫폼 전쟁
▶ 차 번호만 적으면 맞춤 보험 알림
초금융사회가 온다# 직장인 A 씨는 1년마다 돌아오는 자동차보험 만기 때마다 골치가 아팠다. 온라인으로 보험을 가입할 때 입력해야 할 정보도 많고 선택 사항도 다수였기 때문이다. 과도한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딱 맞는 상품을 선택하려면 며칠 동안‘손품’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가 활성화하면서 단 하나의 마이데이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 같은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자신의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차량과 관련해 누적된 사용자들의 리뷰, 출시된 보험 상품을 자동으로 비교해 최적의 보험 상품을 추천해줬다. 보험 만기에 앞서 자동으로 알림을 해줘 허겁지겁 보험을 갱신하는 일도 사라졌다.
■성향 분석·추천…금융서비스 무궁무진
이 같은 사례는 올해 마이데이터가 본격 시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우리 실생활의 변화다. 개인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 금융사, 통신사, 전자 상거래 업체 등에 자신의 신용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금융 상품을 추천해준다. 그동안 PB 서비스, 은행 자산 관리(WM)는 상위 1%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은행은 물론 빅테크(네이버·카카오), 핀테크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앱을 통해 상위 1%가 아닌 ‘99%를 위한 내 손안의 비서’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전까지는 직접 은행 PB센터·WM를 찾아가야 했지만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한밤중에라도, 집 안방에서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당장은 휴대폰에 난립하는 금융사 앱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앱만 깔면 이를 통해 전체 은행 계좌 내역과 대출 규모, 가입한 보험 및 펀드 등 금융 상품 현황, 카드값, 자산 내역 등을 한 화면에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앱에 따로 들어가 카드값과 유망한 펀드를 확인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들게 된다.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도 해준다. 예를 들어 고객의 소비 패턴, 계좌 잔액 등을 종합 분석해 통장의 지난 6개월간 평균 잔액을 기반으로 이의 일정 부분은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추천해주는 식이다. 아울러 신용카드 결제일에 부족한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카드사 리볼빙을 이용할지, 보험 약관 대출을 활용할지, 투자 상품을 처분할지, 아니면 그냥 연체를 할지 등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알려주기도 한다.
■부동산·금융 연결 등 ‘차별화’ 가열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하나의 앱만 있으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예고된 가운데 고객에게 외면받는 금융사는 유력 플랫폼 기업에 금융 상품만 제공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KB마이머니’ 앱을 지난 2016년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초의 개인종합자산관리(PFM) 서비스로 개인의 자산·부채를 토대로 맞춤형 펀드나 예적금을 추천해주고 알맞은 보험 상품도 제시해준다. 신한은행은 국내 1세대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진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농협은행은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으로 채용하는 등 인재 채용을 통해 관련 사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부동산과 금융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고객의 소득 등을 토대로 최적의 부동산 매물을 추천해주고 고객이 신혼부부라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은행의 대출 상품을 비교해 최적의 금융 솔루션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알아서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기간을 고객에게 알려주고 지식인 엑스퍼트(eXpert)를 통해 전문 세무사로부터 세무 상담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신·유통 데이터 공유 상품 개발
고객 개개인의 자산 관리를 얼마나 잘해줄 수 있느냐는 얼마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와 이종 산업 간 데이터 확보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CJ올리브네트웍스·LG유플러스와 ‘마이데이터 공동 프로젝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빅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해 데이터를 공동으로 수집하고 고객 행동을 공동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또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반기부터 금융과 소비 관리를 넘어 쇼핑·유통·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맞춤형 생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KT와 손잡고 2,000만 개에 달하는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11번가와 함께 금융과 유통 데이터를 융합한 혁신 서비스, 금융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 업계도 총력전에 나섰다. 현대카드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사업 파트너인 이마트·현대자동차·코스트코·대한항공·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 12개사 고객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다. 신한카드도 SK텔레콤·GS리테일·홈플러스와 잇따라 데이터 사업 협약을 맺었고 KB국민카드는 BGF리테일·CJ올리브네트웍스와 손을 잡았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금융권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일단 전통 금융사는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에 고객을 빼앗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플랫폼 사업자는 갖고 있는 방대한 고객 생활 정보에 금융 정보까지 결합해 정교한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제공한 PB나 기업금융 서비스를 온라인에서도 제공하는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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