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넘긴 며느리가
구순 시어머니 빤스를 갈아입힌다
다리를 절뚝이며
칠순의 어머니가 할머니와 씨름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내 이마에
식은땀이 다 난다
귀 어두운 건 피장파장
빌어먹을
하루종일 귀청이 터지도록
소리 질러가며 승강이다
빤스 하나 갈아입히는 것도 전쟁이다
한바탕 일 치르고 나서
눈이 어두워져 돋보기 끼고 신문 보는 손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누구세요?
이제 막 눈을 뜨고 세상 구경 나온 것 같은
저 눈동자
김혜수 ‘누구세요’
인생은 경력만으로 안 되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빤스 갈아입기 경력 구십년 차인 시어머니를 빤스 갈아입기 경력 칠십년 차인 며느리가 도와주니 청출어람 청어람이다. 어쩌면 세상만사 빤스 갈아입듯 수월한 일 없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손녀에게 ‘누구세요?’라고 묻는 것은 얼마나 큰 질문인가. 두 분의 빤스 갈아입기 전쟁 관망한 걸 책망하는 게 아닐 거다. 살수록 아득한 삶과 알수록 캄캄한 앎의 심연에 놓인 당신, 그리고 우리는 진정 누구인가? 반칠환 [시인]
<김혜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세월의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