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매장에서 구두 한 켤레 샀어
신자마자 발뒤꿈치 발가락 발등까지
일제히 전해오는 부적응의 아우성
새것은 헌것을 억누르려 하고
헌것은 새것을 길들이려 하지만
삶이란 언제나 싸우며 정분나는 일
신축성 좋으니까 곧 편해질 거예요
행여 마음 바꿀까 상냥하게 웃는 점원
쇼핑백 얼른 안겨주고 신용카드 빼앗아가네
오랜 시간 그런 줄 알고 살아왔는데
발톱 깎다 보았지 짓눌려 굳은 새끼발가락
이런, 편해진 건 발이 아니라 구두였잖아
손종수 ‘반전’
오, 발을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요. 나도 무두질이 끝났을 때 가죽지갑이나 핸드백이 되었으면 했죠. 신사의 주머니나 숙녀의 품에서 따뜻한 손때 묻히고 싶었죠. 인생도 뜻대로 되기 어렵거늘 죽은 가죽의 꿈쯤이야. 제화장인을 만나 구두가 되었죠. 오뚝한 굽에 빛나는 코, 매장 진열대에선 우쭐하기도 했죠. 당신을 만나 날마다 코가 깨지고 옆구리 접혔죠. 나는 당신이 원망스럽고, 당신은 물집이 쓰라려 걸음을 멈추기도 했죠. 아침엔 뚜벅뚜벅 걷다가도 저녁엔 비틀비틀 걷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었죠. 이제 나는 부드러워지고 당신은 단단해졌죠. 발이 편하면 신을 잊는다죠? 그러나 없으면 둘 다 길 나설 수 없죠. 반칠환 [시인]
<손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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