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민희 씨가 빵틀을 돌린다
누구나 직업으로 세상을 헤엄치듯
민희 씨도 세상 위에 연탄 한 장 올려놓고
우리 골목 초입을 열기로 데운다
오늘도 민희 씨는
눈이 많이 내리면 이글루를 지어 들어가서 자겠다던
낭만주의자를 생각한다
차가움을 쌓아올려 더운 열기를 만드는 추운 나라의 건축기술처럼
알코올을 쌓아올려 염병할 행복을 지으려다
술병의 탑을 쌓고 만 그를 생각한다
민희 씨가 데워놓은 훈기에 안겨 꿈의 끝까지 헤엄쳐간 이글루
아직도 눈이 내리면 슬픔도 축포처럼 황홀하다
겨울이 가기 전에 민희 씨는
팥소 같은 꿈들에게 지느러미를 달아준다
혼자 올 때는 물풀을 생각하고 둘이 올 때는 물풀들을 생각하는
집으로 가는 길목
어서 저어가라고 지느러미를 달아준다
민희 씨의 귀 뒤에는 낭만주의자가 만들어준 아가미가 있다
숨 쉬기 힘든 서울 하늘에서는 숨 쉬기조차 상처이지만
미니 붕어빵 민희 씨는 상처를 아가미로 진화시켰다
박형권 ‘미니 붕어빵 민희 씨’
붕어 틀에 붕어를 찍은 게 아니라 꿈을 찍었군요. 출근부에 시간이 아니라 꿈을 찍는 당신처럼. 짤 주머니 속 반죽을 쭉쭉 짜 넣어 돌리면 눈알 크기도 비늘 개수도 똑같은 홍길동 붕어들이 태어나죠. 홍길동이야 뱃길도 끊긴 율도국으로 사라졌지만, 달콤한 팥소 심장을 가진 민희 씨의 붕어들은 우리들 핏줄 강을 데우며 헤엄치고 있죠. 새들의 날개가 그런 것처럼 아가미도 상처에서 진화했군요. 우리는 슬픔만큼 높이 날고, 아픔만큼 깊이 헤엄치는군요. 반칠환 [시인]
<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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