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스토커’ 피아니스트 임현정
▶ “딱딱한 신격화는 그의 뜻에 반하는 것”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서적들. 왼쪽부터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베토벤: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소리 잃은 음악’ ‘베토벤: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 [각 출판사 제공]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서적들 쏟아져“그를 신격화한 나머지 딱딱한 고급음악으로 연주하는 것이야말로 베토벤의 뜻에 가장 반하는 것이다.” ‘베토벤 스토커’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결론이다.
2020년은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탄생 250주년이다. 250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음악평론가 등 베토벤에 빚을 진 사람들은 저마다 베토벤 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임현정이 내놓은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원앤원북스 출판). ‘왕벌의 비행’ 연주 동영상으로 스타덤에 오른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음반 녹음 제의를 받자 대담하게도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녹음작업을 했다. 24세 때 일로, 임현정은 지금도 최연소 전곡 녹음 연주자로 남아 있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까지 한 것은 괜한 객기가 아니었다. 임현정 스스로가 베토벤의 친필 편지에서부터 온갖 평전과 연구서 등 3,000여쪽에 달하는 자료들을 독파해낸 ‘베토벤 스토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임현정의 베토벤 연주는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그 이유가 책에 잘 드러난다. “연주자들은 종종 ‘베토벤 스타일’답게 연주하라는 당황스런 요구를 듣는데, 어떻게 (현대의 우리가) 베토벤 자신도 모르는 베토벤 스타일을 운운할 수 있는가?”
베토벤은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했다. 자신의 작품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 만큼 ‘이것이 베토벤 스타일이니 이렇게 연주하라’는 것 또한 베토벤의 본뜻과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 베일러대 음악학자 로빈 윌리스가 쓴 ‘소리 잃은 음악’(마티)은, 청각장애가 있는 아내 바버라를 통해 베토벤을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바버라를 10여년간 돌보던 윌리스는 청력을 잃어가던 베토벤의 말년을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아내를 간호하면서 알게 된 뇌과학적 지식과 경험 등을 음악연구와 접목했다. 소리 대신 음악의 물리적ㆍ시각적 측면에 집중했다던 베토벤을 통해 뇌의 소리 인식 체계를 설명하는 대목은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베토벤: 사유와 열정의 오선지에 우주를 그리다’(북캠퍼스)는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가 베토벤에 관련된 인물 36명을 다뤘다. 문학자 괴테, 철학자 니체 등의 입을 통해 베토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가 쓴 ‘베토벤: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아르테)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을 직접 쏘다니며 베토벤의 자취를 기록한 보고서다. 음악적 영감을 줬던 라인강 산책로, 베토벤에게 인맥을 만들어준 빈의 브로이닝 저택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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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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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보다는 모차르트를 더 듣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