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 손주 하나, 그 밖에도 다른 친지와 친구들이 나의 위안이자 행복입니다. 당신은‘내게 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물었지요. 내 생각에 그건 아마도 내 아이들과 손주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는, 거의 광적인 열망일 겁니다. (중략) 가장 다행스럽게 느끼는 점이 있다면, 평생 열심히 일하면서 거듭되는 오싹한 위기와 번갈아 닥쳐오는 실망과 승리를 겪고 난 지금도 내가 여전히 낙관주의자라는 사실입니다. (중략)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현자가 되어 지나친 추상적 사고에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온갖 우울과 절망을 받아들이느니,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업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윌 듀랜트,‘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2020년 유유 펴냄]
철학자가 낙엽을 쓸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자신은 곧 자살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부디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답을 얻지 못하면 자신은 계획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철학자는 명쾌한 답을 건네지 못한다.
남자는 정말 자살했을까. 철학자는 의문에 휩싸인 채 명사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당신 인생의 원동력과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 철학자의 편지는 전 세계로 발신됐다.
이 책에는 ‘왜 사느냐’는 물음에 각자의 직업과 지위만큼 다채롭게 답한 예술가·학자·연예인·스포츠선수 등의 회신이 담겨 있다.
편지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초조하게 묻고 싶었고 타인으로부터 갈구했던 ‘인생을 사는 이유와 낙’에 대해 나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심오한 철학자의 질문에 ‘낙관주의’로 응수한 위 인용문의 주인공은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창립자이자 영화제작자 칼 레믈리였다.
막막한 인간의 우울과 절망에 대해 골이 깨지도록 천착하느니 그저 매일 열심히 나가서 일하는 현실적인 일꾼으로 살겠다는 회신에, 철학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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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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