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관 21 년째를 맞는 앤드랩갤러리는 이달 15-29일 한국 작가 3인의 판화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작품을 여는 키워드는 ‘집’, ‘도시’, ‘기억’이다. 일상의 것들이지만 낯설게 보는 시도를 통해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려낸 것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판화의 다양한 기법과 표현 방식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김찬현·권미혜·이지현의 판화예술이 한국에서 각광 받는 이유는 ‘참 마음에 드는 미술품 한 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지만 만만치 않은 작가들의 내면이 배어나온 결과이다.
김찬현의 판화는 맑다. 회색조차도 투명하다. 창밖 그 너머에 무엇이 있든 이제는 관심이 없다. 작가가 바라는 공간은 ‘안전’이다. 작가의 시선은 이제 창가에서 닫힌다. 현시대의 특별한 감상이다.
김찬현의 ‘창문 없는 방’에서 빠져 나오면 권미혜의 실크스크린에 투영된 ‘도시’가 나온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난 이 도시는 화려하지만 어둡다. 고통, 소외, 아픔들이 산재하고, 우리가 살고 있지만 어떠한 생명력이나 온기도 전해오지 않는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일상의 기반인 이 ‘도시’를 우리는 과연 온전히 점유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이지현의 메조틴트는 ‘나’의 ‘기억’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빈 의자는 기억들의 결함이 가져다 준 작가의 고뇌를 만난다. 작품 속 다양한 색의 선들이 그려내는 패턴들은 반복적으로 분절과 왜곡을 거듭한다. 일관된 것 같으나 끊임없이 파편화되고 구부러지는 기억의 오류를 보며, 관객은 ‘나’의 ‘기억’ 혹은, ‘나’라는 존재가 과연 한 덩어리로 온전한지를 질문하게 된다.
전시를 기획한 박선욱 대표는 “종이와 인쇄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서양 미술사의 중요한 키워드였다”며 “판화예술의 세계를 통해 가장 우리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시공을 초월하여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 리셉션은 15일 오후 5~8시 LA다운타운 앤드랩 갤러리(600 Moulton Ave #303)에서 열린다. 방문 예약 및 문의 (323)823-2226 문자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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