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지지율 34%로 최저치…무당층 6%p 늘어 33%
▶ 스윙보터, 야권통합·우한폐렴·경제 본 뒤 선택할듯
4·15 총선이 7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설 연휴(1월24~27일) 직전까지만 해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설 연휴를 거친 뒤 여야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無黨)층을 비롯한 부동층이 크게 늘고 있다.
선거에서 어느 당이나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해 표심이 흔들리는 유권자를 부동층이라고 한다. 미국 선거에서는 이들을 ‘스윙보터(swing voter)’라고 부른다. 스윙보터들은 확고하게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정치·경제·사회 상황과 이슈·정책 등에 따라 표심이 달라진다. 따라서 이번 총선의 승부는 스윙보터의 표심이 앞으로 70여일 사이에 여야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 지지도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사태’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1월28∼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2주 전보다 5%포인트 하락한 34%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도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과 10월 36∼38%를 기록한 뒤 10월 말부터 회복세를 보여 40% 안팎을 유지했으나, 지난주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현정부 출범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1% 포인트 하락한 21%로 집계됐다. 정의당은 1%포인트 오른 6%,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은 나란히 1%포인트 내린 2%였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6%포인트 올라 33%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긍정 평가)는 4%포인트 내린 41%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4%포인트 오른 50%였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차이는 2주 전 1%포인트에서 9%포인트로 벌어졌다.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4%) ‘전반적으로 부족하다’(7%) ‘인사 문제’(7%) ‘북한 관계 치중·친북 성향’(7%)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 미흡’(5%) ‘검찰 압박’(5%) ‘부동산 정책’(5%) 등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우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꼽았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우한 폐렴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갈팡질팡한데다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논란, 경기 하락,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 실패,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 등이 겹치면서 여권 지지율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은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와 비슷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인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추이를 첨부했다. 2015년 5월 40% 안팎을 유지하던 당시 박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메르스 확진자가 36명으로 늘어난 6월 첫째 주 34%로 내려간 뒤 셋째 주 29%까지 하락했다가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다시 30%대를 회복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한국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무당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민주당의 총선 영입 인재 원종건 씨를 둘러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논란 등이 겹치면서 20·30대 여성 지지층의 이탈이 전체적인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월 28∼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0%포인트 내린 45.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0.4%포인트 오른 50.3%였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1.9%포인트 내린 38.5%를, 자유한국당은 2.8%포인트 내린 29.3%를 각각 기록하며 동반 하락했다. 정의당은 1.2%포인트 오른 5.6%, 새보수당은 보합인 3.8%, 바른미래당은 0.6%포인트 내린 3.5%로 집계됐다. 무당층은 3.1%포인트 늘어 13%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과 달리 리얼미터는 대부분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무당층이 훨씬 적게 집계된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향후 부동층 표심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는 야권 통합과 신종 코로나, 경제 상황, 남북관계, 공천 물갈이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권 지지에서 부동층으로 돌아선 유권자들은 반문(反文) 또는 비문(非文) 성향이어서 총선에서 여당을 찍을 가능성은 적다”면서 “이들은 야권 통합 여부 등을 지켜본 뒤 통합신당 또는 제3지대 정당을 택하든지 아니면 투표에 불참할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부동층은 보수 야권의 통합과 혁신 여부를 지켜본 뒤 통합 신당을 찍을지 여부를 결심할 것”이라면서 “야권 통합 외에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부 대응, 경제 상황, 남북 관계 및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 여부, 권력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 등도 부동층 표심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부동층 표심이 여야 중 어느 쪽으로 어느 정도 쏠리느냐에 따라 여당 우위 구도 지속, 야당의 역전승, 여야의 접전 등 세 갈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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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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