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스위스 바이러스 학자인 장 린덴만과 알릭 아이삭은 죽은 바이러스를 추출해 사람에게 주입하면 나중에 살아 있는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내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죽은 바이러스 추출물에 반응해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찾아냈고 이를 인터페론으로 명명했다. 인터페론은 나중에 사이토카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사이토카인은 인체 내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신체의 면역체계를 자극 또는 억제하며 외부 항원이 침입할 때는 항체를 생성하는 역할도 한다.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사이토카인의 특성을 활용한 대표 사례다. 암을 공격하는 다양한 백혈구를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해 사이토카인과 함께 배양한 뒤 환자에게 주입하면 백혈구의 공격력이 커져 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나 화학요법은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동시에 죽이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만 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최근에는 탈모 치료에도 쓰인다. 사이토카인은 분비될 때 콜라겐·엘라스틴 등 피부재생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를 이용하면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고 조기 사멸을 막을 수 있다.
몸에 해로운 경우도 있다. 1993년 미국 미시간대 암센터가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때 젊은 층의 사망이 다른 팬데믹(대유행 감염병)보다 20배 이상 높은 이유를 연구한 결과 과도한 면역작용이 외부에서 침입한 적은 물론 인체까지 공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다.
중국 의료진이 우한 폐렴 초기 확진 환자 41명을 조사해보니 일부 중환자에서 감염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항바이러스제 등의 치료가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인체가 사이토카인을 과도하게 쏟아낸 사이토카인 폭풍을 이유로 들었다.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사망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젊은 환자의 상태가 더 급속히 악화한 사례를 생각하면 젊은 층도 절대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면역력은 과유불급이지만 감염병 대응은 지나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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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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