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인기를 끌었던 ‘섹스 앤 더 시티’. 젊은 여성들은 극 중 미스터 빅이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에게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보면서 설렘을 느꼈다.
빅은 블루컬러의 구두를 신겨주며 청혼했는데 여기에 등장한 브랜드가 ‘마놀로 블라닉’이다. 이후 이 신발은 ‘웨딩슈즈’라는 별칭을 얻었으며 17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매력적인 실루엣으로 여성들의 로망이 됐다.
크리스찬 루부탱, 지미추 등과 함께 손꼽히는 명품 구두인 마놀로 블라닉. 체코인 아버지와 스페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은 처음에는 부모 뜻에 따라 외교관이 되려 제네바대에서 법과 정치를 공부했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열망을 억제하기 힘들어 결국 루브르아트스쿨로 향한다.
1970년 뉴욕으로 가던 그에게 인생을 바꿔놓는 일이 생긴다. 바로 보그 편집장이었던 다이애나 브릴랜드를 만난 것이다.
브릴랜드는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체리와 넝쿨로 감싼 형태의 디자인을 보고 감탄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일을 하라”며 포트폴리오에 등장하는 신발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어깨너머로 구두 컬렉션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운다. 처음에 남성화를 디자인했던 블라닉은 얼마 안 돼 여성화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통굽이 유행하던 1970년대 킬힐을 부활시켰으며 1974년 보그 커버까지 장식했다. 굽이 높은 데 비해 편안한 착용감으로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마놀로 블라닉을 찾았고 다이애나비도 팬이 됐다.
중국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왼발목에 매단 채 캐나다 법원에 출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발찌만큼이나 그가 이날 신은 마놀로 블라닉 구두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2018년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사기 등 혐의로 체포된 후 그의 석방을 요구한 중국과의 갈등을 키운 요인이 된 멍완저우. 긴장의 와중에도 명품 구두로 치장하고 고고하게 등장한 것을 보면 그에게 자존심은 어느 순간에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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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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