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부동산 경기 변동으로 금융회사들이 손실 위험에 노출된 자금이 9월 말 현재 2,003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년 전보다 6.5% 늘어났는데 이 중 가계여신만 1,049조원에 달했다.
저금리로 갈 길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집이든 투자상품이든 부동산 관련 상품 쪽으로 대거 몰린 것이다. 이러다 보니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부동산 부문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율이 105.1%까지 올라갔으며 비은행 부문의 익스포저는 2014년 말 32.6%에서 6년도 안 돼 49.6%까지 치솟았다. 부동산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 시스템 리스크로 자리한 셈이다.
이처럼 부동산을 향한 쏠림이 심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중에 돈이 흘러넘쳐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의의통화(M1)에다 저축성예금처럼 언제든 원하는 대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더한 광의의통화량(M2)은 9월과 10월 연속으로 1년 전 대비 7% 넘게 증가했다.
반면 화폐 유통속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돈의 흐름이 선순환을 일으키려면 증시를 거쳐 기업 생산현장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우리 경제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니 자꾸 부동산처럼 투기할 곳만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그나마 남아 있는 증시 물꼬조차 막고 나섰다. 내년 4월부터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15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낮아져 이 기준을 넘어서면 지방세를 포함해 최대 27.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의 매력이 높지 않은 터에 불합리한 과세 체계로 투자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고강도 규제책을 남발하니 이것이야말로 육지에서 배를 젓는 형국 아닌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세제와 더불어 시중자금을 생산 부문으로 올릴 거시적 차원의 특단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큰 틀의 부동산대책이요, 경제체질을 바꿀 수 있는 근본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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