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꽤 많은 것들이 여러분 뜻대로 안 될 겁니다. 특히 인간관계가 그렇겠죠. 아무리 조심을 해도 분명히 상처를 주거나 받게 될 거예요. 그 난관을, 여러분은 지극히 이기적인 방식으로 돌파하려고 할 것이고, 마침내 돌파할 거예요. 인간이니까. 인간이란 그런 존재이니까. 그리고 훗날 회한과 함께 돌아볼 때가 올 텐데, 바로 그때, 뭔가를 배우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 달라질 거예요.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아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신형철,‘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018년 한겨레출판 펴냄>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그의 다른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 2014)’에서 자기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믿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이렇게 썼다.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중략)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흔히 우리는 누군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는 ‘원래’ 나쁜 놈이었다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 악하고 구제불능인 자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무고한 피해자가 됐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타인의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은 ‘내가 모르는 것, 공부해야 할 것’이 아닌 ‘이상한 것, 나쁜 것’으로 몰아붙인다.
타인의 마음과 세계의 진실을 더디게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귀찮아졌을 때 우리가 가장 손쉽게 고용해 내 편에 세우는 충직하고 어리석은 변호인이 바로 내 ‘마음’이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이기적인 변호인의 중재만 따라 살다 보면 언젠가는 뼈아프게 깨달을 것이다. 나는 그저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나는 좋은 사람이고 늘 옳다는 확신이 들 때 당신은 이미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일 확률이 높다.
<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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