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 해결과 함께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정리를 압박한 모양이다.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내년 4월 방한을 요청하자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드와 INF를 거론했다고 한다. 특히 INF는 한중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의 확실한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중국이 시 주석 방한 조건으로 사드 해결과 INF 배치 거부를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시 주석의 방한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 한중관계도 악화할 수 있다는 위협 메시지라는 얘기다.
방한 중인 자칭궈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도 이날 “시 주석의 방한과 한중관계 발전은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NF 배치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중국과 상의하지 않으면 중국은 매우 화가 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미국이 한국에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가 초래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이 8월 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탈퇴하며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추진을 공언한 이래 중국은 극도의 경계감을 표출해왔다.
최근 중거리미사일의 한국·일본 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의 견제가 노골화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중국이 압박을 넘어 겁박성 발언을 계속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저자세를 보이고 있어 답답하다. 문 대통령도 시 주석의 ‘타당한 해결’ 주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이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다 중국에 ‘한한령(限韓令)’ 보복을 당한 2년 전 사드 사태가 재연될까 걱정스럽다.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중단 등 ‘3불 원칙’을 약속했지만 중국은 막무가내로 폐기만 고집하며 치졸한 보복을 했다.
이를 교훈 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무기가 사실상 완성된 상황에서 INF는 한국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자위수단이다. 중국이 핵을 가진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면 할수록 한반도에 INF를 배치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중국에 확실히 전달하고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접근법으로는 문제 해결은커녕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INF 배치 거부를 압박하기 전에 북한에 ‘핵무기부터 없애라’고 요구할 것을 중국에 당당하게 촉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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