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취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최근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김밥을 파는 김명순 할머니(본보 12월21일자 보도)와의 만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자바시장 주변을 서성이다 멀찌감치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오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내 몸 하나 추스르며 걷기에도 추운 날씨에 전날 싼 김밥을 바리바리 챙겨 카트를 끌고 걸어오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자 마음 한쪽이 시큰해졌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날 김밥 팔아 모은 동전들을 저금하고, 그렇게 저금한 돈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하는 일을 지난 10년간 해오셨다고 했다. 할머니에겐 비가 오나 눈이오나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김밥을 파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였다. 할머니는 “기부를 통해 내가 더 행복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시종일관 수줍게 미소를 짓는 할머니의 모습은 진정 행복해보였다.
기부에 관해서라면 한인 독지가 K씨(본보 12월19일자 보도)의 사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달 초 본보는 암 투병 중이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 홀로 남은 다운증후군 아동의 법적 보호자가 돼 아동을 돌보고 있는 미국인 교사 케리 브레머의 감동적인 사연을 보도했고, 이 기사를 읽은 독자 K씨는 브레머를 돕고 싶다며 지인을 통해 본보에 연락해 1만 달러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K씨는 지난 10월에도 본보의 ‘재소자 사역에 헌신하는 오네시모 선교회 한인 김석기 목사 부부’의 사연에 감명을 받고 최근 1만 달러를 김 목사 부부에게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문구처럼 K씨는 오랜 기간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기부를 실천해오고 있었다.
성탄을 앞두고 잇따라 접하게 된 한인들의 따뜻한 기부 소식에 ‘기부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보게 됐다. 마하트마 간디는 “보상을 구하지 않는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부를 하는 사람이 꾸준히 기부를 하는 까닭은 타인을 돕기 위해서도 있지만 기부를 통해 스스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비울수록 가득 채워지는 경험은 오로지 이타적인 행동(기부·봉사)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크고 작은 기부 모두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곳에서 귀하게 쓰인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부한 이에게도 내면의 행복을 채워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가 가기 전 기부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 마음 열기로 가득 채워지는 축복의 2019년 끝자락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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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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