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내년 2월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에서 국제영화상 수상이 유력시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분)이 한 말이다. 기택이 스스로 내린 답은 “무계획이야”이다.
거듭된 실패로 밑바닥 생활을 하는 한 가족의 가장인 기택에게 자신감과 삶에 대한 꿈은 없다. 실패라는 계속되는 경험을 통해 기택은 무기력을 학습했다. 완벽한 계획이 무계획이라는 기택의 말에서 가난이라는 경제적 불평등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력으로 신분 상승은커녕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흙수저’의 패배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영화 ‘기생충’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허구의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우리네 삶에서 부의 편중, 소득의 불균형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올해 초에 발표된 ‘옥스팜’의 ‘불평등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부자 26명의 자산이 빈곤층 38억 명의 자산과 같다는 것이다. 더욱이 금융위기 후 10년 동안 억만장자는 두 배나 늘었고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소득은 9,000억 달러나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UC버클리대학교 가브리엘 주커먼 경제학 교수가 발표한 부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 0.00025%에 해당하는 부자 400명이 국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몫은 지난 1980년 초 약 1%였던 것이 최근 3%로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에서 하위 60%가 차지하는 부의 몫은 1987년 5.7%에서 2014년 2.1%로 줄어들었다. 상위 0.1%는 미 전체 부의 20% 가까이를 차지했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문화·교육 등 소위 사회의 ‘상부구조’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경제적인 부를 갖고 안락한 성공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이념으로 확대재생산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대안은 없다는 말일까? 2,000년 전 예수는 종교적 규례를 잘 지키고 부도 축적한 그야말로 ‘엄친남’이라 불릴 만한 젊은이의 질문을 받는다. 어떤 선한 일을 해야 영생(진정한 삶)을 얻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예수는 가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고 다시 오라고 말한다. 그 젊은이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되돌아 가고 만다.
아마 예수가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부와 권력의 많음으로 유지되는 삶과는 다른 가치로 작동되는 삶, 즉 대안적 삶의 방식을 의미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일까? 영화 속 기태의 장남 기우(최우식분)의 마지막 대사는 슬프다.
“근본적인 대책이 생겼어요.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거에요.”
<
남상욱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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