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은 1980년대 ‘유머1번지’라는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의 제목이다. ‘비룡(飛龍)그룹’이라는 가상의 재벌 그룹 중역회의 모습을 통해 80년대 당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안들을 풍자해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있다. 비룡그룹 회장역에 지금은 고인이 된 김형곤이라는 당대 걸출한 개그맨이 등장해 독재 정권이 권력을 휘두르던 때 아슬아슬한 내용들을 다루면서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사개그였다.
비룡그룹 안에서 소위 ‘오너’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과 살기 위해 아부로 일관하는 중역들의 모습이 당시 한국의 실제 사회 모습과 중첩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줬던 것으로 유명하다.
비룡그룹 회장님의 이미지에서 요즘 한인 경제단체의 회장님들이 떠올랐다. 두 회장들 사이에 서로 같음의 이미지 보다는 극명하게 대립되는 다름의 이미지 때문이다.
한인 경제단체 회장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더욱이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경제단체일 경우에는 회장 자리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이기 때문에 더욱 기피 대상이다. 한인 경제단체들 중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특히 한인 경제단체 중 회장 구인난이 심한 곳이 자바시장과 관련된 단체들이다.
한인의류협회는 올해 반드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영 김 회장은 이미 연임을 한 터라 규정상 더 이상의 연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대형 의류체인들이 도산하면서 판로가 축소된 상태에서 최근 ‘포에버21’의 파산보호신청(챕터11)이 터지면서 자바시장이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이라 의류협회 회장직에 나서려는 이가 없다.
한인섬유협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베니 김 회장의 2년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나지만 협회 규정상 연임을 할 수 없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부가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섬유업계에 자바시장의 불황이 더해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자를 아직 구하지 못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집단체제’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한인봉제협회는 김기천 현 회장이 유임 의사를 밝혀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등 떠밀려 마지 못해‘ 다시 나섰다는 후문이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한인 경제단체의 회장 자리는 이제 기피의 자리가 되어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시 비룡그룹으로 돌아가자. 비룡그룹 회장은 늘 이런 말로 현재 상황의 답답함 심정을 달래면서 회의를 끝냈다. “잘 돼야 할텐데…”
현재 회장 구하기의 어려움에 직면한 한인 경제단체들에게 이보다 더 적확한 희망의 말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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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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