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인기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큰 사랑을 받은 마이클 제이 폭스. 1990년대 말까지 영화·드라마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약하던 그가 갑자기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인기가 하늘로 치솟던 시기에 돌연 모습을 감추자 온갖 낭설이 퍼졌다. 사망설까지 있었다. 얼마 후 그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갓 30세이던 1991년 확진을 받았는데 이를 알리지 않은 채 10년 더 활동하다 증세 악화로 대중 앞에 서지 못하게 됐다.
당시 30대인 제이 폭스가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파킨슨병=노인성 질환’이라는 학계의 믿음까지 흔들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600만~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파킨슨병 환자 중 50세 이상이 99%에 이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복싱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캐서린 헵번 등 파킨슨병을 앓았던 유명인들 대부분이 노년에 발병했다. 증세를 봐도 노인 질환임을 알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 속 신경세포들이 점차 죽어가면서 생기는 만성 퇴행성 뇌 질환. 손발 떨림과 근육경직, 상체가 앞으로 기우는 자세 불안정 등이 대표 증상으로 꼽힌다.
이 질병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발표한 ‘떨림 증상에 대한 소고’라는 논문을 통해서다.
이후 ‘신경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마르탱 샤르코에 의해 1870년대에 파킨슨병이라는 병명이 처음 사용됐다. 하지만 이전에도 파킨슨병으로 추정되는 문헌상 보고들이 많다. 중국 최고(最古) 의학서적인 ‘황제내경’에는 ‘떨림과 경직, 머리를 웅크리고 눈은 한 곳을 응시하며 몸통은 앞으로 숙인 채 걸을 때 떨림이 있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현대에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15세기 인도 힌두교의 건강문헌에도 ‘캄파바타(kampavata)’라는 질병이 언급되는데 ‘kampa’는 떨림을, ‘vata’는 움직임·감각을 뜻한다.
고대부터 인간을 괴롭혀온 질환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간 수많은 노력에도 치료방법 등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진이 최근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신규 단백질 인자를 찾았다는 소식이다. 관련 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 ‘브레인’에도 실렸다. 연구결과를 기초로 새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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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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