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관계적 존재’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상담사로서 부부 갈등이나 가족 관계 이슈로 오는 사람들 뿐 아니라 우울증, 강박 및 불안장애, 섭식장애 등 임상적 문제로 온 이들도 문제의 양파껍질을 벗기다 보면 그 밑에는 관계 문제가 대들보처럼 들어앉아있다.
내담자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무엇이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란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나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망, 사고, 질병, 성폭행 등의 트라우마 때문에 상담 오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80% 이상은 일상에서 겪는 관계, 특히 가족 간의 갈등과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 우리를 짓누르는 큰 주제다.
도대체 ‘관계’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이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힘들게 할까? 나 역시 이 질문들 앞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관계 치료’란 복잡미묘하고 어려운 주제를 계속 배우고 삶에 적용하려 애쓴다.
4년전 부부 치료의 한 이론인 ‘이마고(Imago) 관계치료’ 훈련을 받으면서 두 사람의 만남 사이에 특별한 관계의 역동(dynamic)이 있음을 배웠다. ‘개인에서 관계’로 초점이 전환되는 큰 깨달음이었다.
주변에 아내와 남편이 다 괜찮은데 안 맞아서 힘들어하는 부부, 반대로 두 사람 다 특이한데 잘 사는 부부, 때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독이 되는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보았을 것이다. 바로 두 사람이 만드는 그들만의 관계의 역동 때문이다. 그 역동을 인지하고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배우면 힘든 관계를 어떻게 할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들다’라는 직선적 인과관계의 관점은 나를 피해자로 만들기에 억울함으로 분노하거나 상대를 바꾸려는 비난과 잔소리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미 알듯이 우리는 남을 바꿀 능력이 없기에 계속 서로 비난하고 싸우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결국은 교착 상태에 빠져 좌절감을 경험한다.
다른 관점은 한사람이 문제 제공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상호 영향을 끼친다는 순환적 인과관계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술을 먹는다고 하고, 아내는 남편이 술을 먹어서 잔소리를 한다고 한다. 즉 누구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영향을 끼치며 상대방 행동의 공동책임자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순환적 인과관계를 인식할 때 비로소 상대를 비난하거나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고 상대의 행동에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은 부부나 가족 또는 다른 힘든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부부 문제가 있는데 혼자 상담해도 도움이 되요?’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같이 오면 좋겠지만 혼자서도 ‘둘의 관계 역동’을 바꾸는데 도움이 된다.
관계는 실에 매달려 공중에 떠있는 모빌 같다. 한 물체의 무게가 변하면 모빌의 무게중심이 변하듯, 한 사람이 변하면 두 사람의 관계의 역동이 바뀐다.
가장 첫 걸음은 ‘상대 비난하기’를 멈추는 것이고, 그 에너지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쏟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관계에 선한 영향력이 만들어지고 부부와 가족이 회복되는 귀한 열매를 분명 거둘 수 있을 것이다. 4monic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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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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