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한 후배가 내게 던진 말에 담긴 ‘꼰대’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많이 먹은 늙은이에 대한 은어다. 여기에 사회적 의미가 첨가되면서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이 먹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 같은 사회적 의미가 첨가된 배경에는 한국식 직장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직급에 따른 권위복종 문화와 상명하복식 문화로 대변되는 한국식 조직 문화가 꼰대를 양산해내는 토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직장에서 꼰대는 대부분 40대 이상으로 조직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명령과 지시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생각을 부하 직원에게 강요하는 상사가 바로 꼰대다.
최근 한국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내 꼰대 유형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8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 말대로 해’ 등 강요하는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돼’의 줄임말)가 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까라면 까’ 유형(21%), ‘내가 해봐서 안다’며 자신의 전지전능함을 내세우는 유형(16%), 타인에게만 이해와 배려를 강요하는 ‘네가 이해해라’ 유형(13%), ‘너 미쳤어?’ 등 감정적인 말투를 내뱉는 유형(10%), ‘야’ 등 반말을 앞세우는 유형(9%) 등이 꼰대의 대표 유형으로 꼽혔다.
‘꼰대 언어’로는 “어딜 감히”(18%), “내가 너만했을 때는 말이야”(17%),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17%),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16%), “왕년에 나는 말이지”(14%) 등이 나왔다.
한국에서 20년 직장생활에, 미국에서 직장생활도 한국 업체에서 했으니 나 역시 ‘뼛속까지’ 꼰대 문화에 젖어있었을 터이다.
되돌아보니 ‘꼰대질’을 해온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치마 입고 저럴 땐 청바지 입지 말고’에서부터 ‘주인의식을 갖고 조직에 헌신’하라는 직장인의 가치에 이르기까지 후배 직원에게 설교했던 경험들 말이다. 다 잘되라는 마음으로 한 것이지만 꼰대는 꼰대였던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라’ ‘나도 그렇게 행동했으니, 너도 그렇게 행동하라’는 ‘꼰대정신’을 강요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꼰대정신은 열심히 살아왔던 ‘과거의 내 인생과 삶’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대의 강요’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꼰대 정체성을 일깨워준 후배가 고마웠다. 직장에서 꼰대질을 다시 의식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날 후배에게 하지 못한 말이 하나 있다.
“꼰대는 답습되는 법이다.”
<
남상욱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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