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르포, 소방국 911 디스패치 센터를 가다
▶ 분초 다투는 생사 현장...하루 신고전화 1,500건, 요원 76명이 2교대 근무

LA 카운티 소방국의 911디스패치 센터의 멜린다 최 수퍼바이저가 신고 전화를 접수받은 뒤 정확한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할머니가 자살 시도를 하려고 해요. 빨리 앰뷸런스를 보내주세요.”
LA소방국의 911디스패치 센터에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 남성의 전화가 접수됐다.
커다란 컴퓨터 화면 두 개 앞에 헤드셋을 끼고 신고를 접수한 911 직원은 신속히 신고자에게 상세한 위치를 물었다. “정확한 주소가 말해주세요. 아파트인가요 상가인가요? 인근 교차로는 무엇인가요?”
신고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그녀의 눈동자는 오른쪽 화면에 있는 지도를 확인하기 바빴다. 이내 디스패처는 정확한 주소로 앰뷸런스를 출동시키고 왼쪽 화면에 질문지 매뉴얼 창을 올려 묻는다.
“할머니가 폭력적으로 행동하나요? 무기를 소지하고 있나요?”
현장에 인력을 투입시킨 후에도 디스패처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뉴얼에 따라 질문을 이어가며 신고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물으면서 동시에 대처방법을 제시한다.
12일 찾아간 LA카운티 소방국 본부의 911 디스패치 센터에서는 긴급상황을 알리는 911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려댔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긴장되는 상황에서 들리는 빠른 타자소리와 전화연결 소리는 LA카운티 내에서 시시각각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이 쉴 새 없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LA 카운티 소방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911 디스패치 센터에는 하루 1,100건에서 1,500여건의 신고전화가 접수된다. 센터에는 무선통신사와 신고접수자(call taker)들이 서로 협력하며 긴급 상황이 발생한 현장에 최대한 신속하게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기 위해 각자의 주어진 역할을 하느라 숨쉴 틈도 없을만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신고가 일반전화를 통해 접수되면 컴퓨터 화면에는 신고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지도가 뜨지만 요원들은 보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이 모든 것을 재차 확인한다.
센터에 근무하는 76명의 ‘디스패처’(dispatcher) 요원들이 2교대로 근무하지만 언제 어디서 신고전화가 들어올지 몰라 마음 편히 화장실도 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각종 최첨단 시스템 장비를 사용하며 단 1초도 화면에서 눈을 때지 않는 디스패처 대원들은 처음 신고가 화재나 긴급 의료관련 사안이라 판단되면 즉시 신고전화를 넘겨받는다. 이후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신속히 인근 구조시설에서 구조인력을 배치시킨다.
디스패치 센터의 수퍼바이저 멜린다 최씨는 “일을 처음 시작한 12년 전 하루 접수되는 신고전화는 500여건 정도였지만 지금은 많은 경우 4배가 늘어난 하루 2,1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한다”며 “모든 응급 신고전화는 163가지로 나뉘는데 인력이 부족해 많은 직원들이 강제로 오버타임 근무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멜린다 최 수퍼바이저는 “직원들은 한 건의 신고전화 마다 최소 3분에서 5분이 소요되지만 주로 현장 인력투입 결정과 배치는 통화 시작 90초 이내에 신속하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LA카운티 소방국 대럴 오스비 국장은 “ 911디스패치 센터는 24시간 쉴 새 없이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갈수록 응급상황 신고전화에 비해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고 장비가 낙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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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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