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시여, 인간이 영원히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과 함께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영원한 생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노래를 듣고 좋은 술을 마시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하세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입니다.”
기원전 2000년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로 기록된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영원한 불사(不死)의 생명을 찾아 광야를 방황하던 길가메시에게 한 여인이 한 충고다.
길가메시는 반인반신(半人半神)으로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영생불멸을 추구했지만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길가메시는 인류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왕국 남부의 도시국가 우루크의 5대 왕이다. 길가메시의 길가는 ‘늙은이·조상’ 메시는 ‘젊은이·영웅’이라는 뜻이다.
우루크는 이라크의 유래가 됐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1852년 영국 탐사팀이 수메르 고대 도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점토판이 발견돼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졌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류가 기록한 가장 오래된 영웅신화로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의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보다 무려 1,500여년 앞선다. 영국의 판타지 작가 J.J.R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길가메시 서사시의 영향을 받았다.
구약 성경의 대홍수도 길가메시 서사시에 언급된 대홍수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가장 위대한 서사시”라고 평가했다.
배우 마동석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2020년 개봉될 예정인 영화 ‘이터널스(Eternals)’에서 주요 캐릭터인 길가메시로 출연한다.
1976년 잭 커비가 발표한 코믹북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우주 에너지를 조종할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종족 이터널스가 돌연변이인 악당 데비안츠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약 4,000년 전 쓰인 길가메시 서사시의 영웅 길가메시가 만화에 이어 영화로 다시 변주된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역시 강하다. 수천년의 세월을 흘러서도 길가메시 서사시가 계속되는 이유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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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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