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추천위 구성” 약속불구 기존 방식대로 총장인선 진행

내달 24일 퇴임을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 당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권력 개입 차단’을 공약한 것을 파기하느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내달 24일 문무일 검찰총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가 기존 방식대로 차기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인사 검증에 본격 착수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3일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 “현재 검찰총장 후보로 천거된 인사들 가운데 검증에 동의한 8인에 대한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봉욱 대검찰청 차장(사법연수원 19기)·김오수 법무부 차관(20기)·이금로 수원고검장(20기)·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23기) 등이 거명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과거 정권 적폐 수사를 주도하면서 현정부와 코드를 맞춰온 윤석열 지검장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윤 지검장의 기수가 너무 낮다는 점을 들어 20기 동기인 김오수 차관과 이금로 고검장을 많이 거론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설명으로 우선 확인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문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 독립성 보장’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기존 절차대로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검찰 개혁과 관련해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권력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검찰총장 후보 인선 과정은 2013년 1월 처음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방식과 별 차이가 없다.
요즘 검찰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이 제시되는 등 검찰 개혁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무엇보다 검찰이 권력에 휘둘려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건의문에서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만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 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나고, 빚은 진 사람이 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언급한 것은 검찰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 검찰총장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우선 총장후보추천위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이 정권 영향권에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 출신 법조인 1명과 민간위원 3명을 위촉하고, 법무부 검찰국장도 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후보추천위가 후보를 3명 이상 추천하게 하고, 이 가운데 1명을 법무부 장관이 임명 제청하는 것도 그렇다. 총장후보추천위 운영 과정에서 영향력이 큰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마침 검찰 개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이참에 검찰총장 인선에서 독립성 보장과 권력 개입 차단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청와대가 미리 검찰총장 후보를 내정해 후보추천위나 법무부 장관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당 관계자는 “법령이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 절차대로 총장 인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에서 권력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집권 이후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진정으로 검찰 개혁 의지가 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집착하기보다는 검찰총장 임명 과정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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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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