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캘리포니아를 휩쓸었던 산불과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로 빙하 유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산불의 영향으로 생긴 불완전 연소 탄소 때문에 빙하가 그을려 어두운 색깔로 변함에 따라 햇빛을 많이 흡수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연구보고가 나왔다.

노던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년 동안 빙하를 관찰해온 벤 펠토 교수는 올해의 빙하 표면은 자신이 관찰해온 빙하 가운데 가장 더러웠다고 말했다. 빙하 표면이 어두울수록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산불로 나무가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한 그을림이 그렇지 않아도 빨리 녹기 시작한 빙하를 더욱 빠르게 녹게 만든다고 밝혔다. 로키 산맥 알버타 쪽에 있는 페이토와 아타바스카 빙하를 연구하고 있는 수문학자인 존 포미로이 역시 산불 발생이 빙하가 녹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했다.

포미로이는 여름에 눈이 녹기 시작하면 빙하는 보통 햇빛의 60% 정도를 흡수하게 되지만, 지난 2년간은 더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2017년 여름에는 햇빛의 70%를 흡수했고 올해는 80%를 흡수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빙하를 더 빨리 녹일 것이라 우려했지만 이것이 산불의 영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불로 인한 탄소 이외에 연기가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8월 며칠 동안 산불로 인한 연기가 대기를 뒤덮었을 때 산불이 나지 않았을 때보다 빙하가 녹는 속도가 느려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가 햇빛을 가려 빙하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캘거리 대학의 빙하 전문연구가인 숀 마샬 교수는 산불이 빙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로키 산맥의 헤이그 빙하의 변화를 연구해오고 있는 그는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미 빨리 녹기 시작한 빙하가 더 빨리 녹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산불로 인한 연기가 햇빛을 가려줘서 빙하가 햇빛을 덜 흡수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로 그을린 빙하가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해 더 빨리 녹게 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정설이다. 지난 수년간 자료가 그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기후학자는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이 북극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각국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산더미처럼 일어날 것이며 매년 늘어나는 지진 홍수 태풍 쓰나미 등은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까지 자주 일어날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해수면 상승 위협은 각국이 처한 현실이다.

<김경섭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