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 85% 여성… 56%는 6-9세 아동
▶ ■워싱턴 방문 유해 발굴 전문가 박선주 교수 인터뷰

박선주 교수가 아산시 유해발굴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학살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유해 발굴 현장서 나온 탄피.
“6.25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꼭 돼야”
대한민국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 폐금광의 유해발굴 현장. 지난해 2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이 곳에서는 학살된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뼈 조각이 3,246점이 발굴됐다. 유해발굴공동조사단(단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은 이 유해들이 1951년 1.4후퇴 당시 학살당한 민간인으로 최소 208명으로 결론 내렸다.
감식작업을 마친 박선주 교수가 당시 유해들을 놓고 최종 결론에 이르러 놀란 사실은 희생자의 84-85%가 여성으로 이중 56%는 6-9세 어린이였다.
현장에서는 여성의 은비녀 89점과 귀이개, 단추, 6.25 전쟁 직후 당시 경찰과 군인들이 사용하던 카빈 소총탄피 등 551점의 유품도 함께 발굴됐다.
유해발굴단은 이들이 아군 소총에 의해 근거리에서 사살당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박 교수는 “보통 탄피가 유해에서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이들 시신들에 확인사살을 가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며 “아산시에서 발굴된 유해들로 볼 때 사망자들이 젊은 어머니들로 희생상한 아이들은 어머니를 따라나섰다가 학살당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6.25전사자 유해 발굴단장을 맡은 이후 박 교수는 전국을 누비며 학살된 민간인 유해를 발굴해 냈다.
박 교수가 이끈 유해발굴단은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617구,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해마다 300여구의 유해들을 발굴해왔다.
또 유족들과 함께 당시 국가권력에 희생된 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희생된 민간인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그동안 좌익으로 몰려 공무원과 장교임용, 취업 등에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이들에 대한 명예 회복 또한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워싱턴을 찾은 박선주 교수는 지난 19일 미국에 거주하는 유족들의 모임인 ‘미주진실화해모임’이 뉴욕에서 주최한 강연회를 통해 그간의 발굴현황 등을 보고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12월 ‘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 발족돼 4년 2개월간 활동이 가능했으나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후에는 기한이 종료된 것을 큰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희생자 유족회와 함께 정부와 국회 과거사위원회에 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민간인 학살지로 제보를 받은 곳이 168개인데 그간 도시개발로 유실된 지역을 제외하고도 발굴 가능한 장소가 39개가 남아있다. 지금까지 11개 지역을 발굴했으니 28개 지역에서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살된 민간인 유해가 근 7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 현 세대에 주는 의미에 대해 박교수는 “민간인 학살, 아니 한국의 근대사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들에 대해 아직도 책임의 소지가 불분명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 시키고 있다”며 “유해들은 과거 자행된 불행한 역사를 바로 보도록 조명하고 나아가 국가정체성 확립, 인권신장, 또 화해와 상생을 위한 근본적인 자료로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박선주(72) 교수(고고미술사학과·체질인류학)는 지난 2016년 노근리 국제평화재단과 노근리평화상심사위원회가 선정한 ‘노근리 평화상(인권상 부문)’을 수상했다.
<
강진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