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SKY 캐슬’이라는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한국의 명문대학교 진학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학생과 부모의 삶을 다룬다. 학생들은 부모들의 타이트한 관리 하에 자신이 원하는 ‘길’보다는 부모가 정해준 ‘길’을 향해 하루하루를 벅차게 보낸다. 학교에서 1등을 놓치기라도 하면 자식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듯해 괴로워하고, 자신의 삶을 반납한 채 자식에게 올인한 엄마는 이런 자식이 못마땅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것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너무 어린 나이에 공부가 전부인 듯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나는 사실 책상에 앉아 죽기 살기로 공부하기보다는 어디에 피어싱을 할지, 화장은 어떻게 하면 내 동양적인 눈이 커 보일 수 있을지 등을 찾아보며 내가 관심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공부를 등한시한 것은 아니지만, 하교 후에는 친구들과 맥도날드에 들러 깔깔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때론 서로의 고민을 말하고 듣느라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 만난 친구들은 선물 같은 존재들이며, 이 친구들과의 인연과 추억은 내 삶에서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래서일까... 몇몇 UC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내가 원하는 대학이 아니었기에 커뮤니티 컬리지를 선택했다. 시작이 조금 느렸고, 조금 돌아오기는 했지만 당시 18세인 나에게 커뮤니티 컬리지는 내가 정말 원하는 공부가 무엇인지를 찾게 한 좋은 기회였고, 나는 지금 내가 원하던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힘들지만 즐기며 하고 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많은 학생이 학업과 대학 진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능하다면 빠르게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정해준 목표, 자신이 원하지 않은 길을 억지로 따라가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하다 보기 어렵다. 내가 선택한 공부를 하다 보면 더 많은 지식을 쌓고 싶어 밤을 새가며 논문을 읽게 되고,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여러 번 에세이도 고쳐 쓰게 된다. 공부에는 ‘끝’이란 없기에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메이 최(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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