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소재·연기·CG 3박자 궁합…세밀한 장치 회수 관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현빈 [tvN 제공]
독특한 소재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 '생명의 물약' 같은 보조 아이템이라면 서사는 원샷으로 때리는 권총이다.
국내 최초로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삼은 tvN 주말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시작부터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치고 올라오는 저력은 역시 게임이라는 배경과 볼거리보다 이야기 그 자체에 기인한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점점 오류를 일으키는 게임은 인물 간 갈등 또는 협력 구도와 극 긴장감을 한껏 증폭시킨다.
게임 오류가 크게 불거질수록 미치광이로 취급받는 진우(현빈 분)와 IT투자회사 제이원홀딩스 주요 인물 간 대립 구도도 선명해진다. 아울러 희주(박신혜)의 동생 세주를 고리로 하는 진우와 희주, 두 사람 로맨스도 점점 농밀해진다.
특히 9.2%(닐슨코리아 유료가구)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쓴 10회(지난달 30일 방송)는 게임을 고리로 진우와, 진우를 완전히 믿은 정훈(민진웅)의 가슴 아픈 동맹이 핵심이었다.
죽기 직전 맞은 화살을 잔뜩 등에 꽂힌 채 NPC(Non-Player Charactor,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로 등장한 정훈은 대사 한마디 없이도 '살아서 적은 죽어서도 적, 동맹은 죽어서도 동맹'이라는 서사를 완성했다.
물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정말 게임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NPC에 무수히 죽고도 죽지 않은 진우와 달리 왜 정훈은 죽었는지부터 스마트렌즈와 인이어 장치만으로 게임 속 모든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는지까지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둘 아니다. 일부 시청자는 "이 모든 것을 '마법'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무성의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게임 드라마가 아니라 서스펜스를 동반한 멜로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문(非文)도 시적 허용처럼 느껴진다.
'나인', '더블유'(W) 등을 통해 늘 극 초반 흡입력 있는 전개를 자랑한 송재정 작가 필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신선한 이야깃거리를 3차원에 구현하는 배우들은 드라마 또 다른 든든한 축이다.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현빈은 허공에 칼질과 총질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뛰어난 몰입과 감성을 보여준다. 전공분야인 박신혜와의 멜로는 물론 박훈, 이승준, 민진웅 등과의 세밀한 관계, 그리고 총검술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액션까지 현빈이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압도적이다.
신비로운 NPC 엠마와 사랑스러운 희주를 오가는 박신혜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내는 이승준과 민진웅, '악역 끝판왕' 김의성과 그의 주니어 박훈까지 주·조연이 모두 안정된 연기력을 자랑하는 것도 드라마 강점이다.
진짜 이런 게임이 있다면 형석(박훈)이나 정훈처럼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꼭 한번 게임 해보고 싶게 만드는 수준급 CG는 화룡점정이다.
개중에서도 극 초반 그라나다 광장에서 등장한 중세 기사들, 그리고 진우 손에 매 형태로 날아든 마스터의 전령 등은 백미였다.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촘촘한 서사, 배우들 열연, 탄탄한 CG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마지막 관문은 송 작가가 심은 복선과 장치들을 잘 회수하는 일이다.
송 작가는 전작들에서 촘촘한 구성을 자랑했으나 초반보다 후반부는 다소 빈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5일 "드라마 콘텐츠로는 파격적인 증강현실 게임을 핵심 소재로 채택했지만 단순히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서사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점이 이 작품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거와 현재, 현실과 게임, 서울과 그라나다를 복잡하게 오가는 스토리를 촘촘하게 그려내 드라마 주요 시청자층은 물론 남성, 10대 시청자까지 끌어들일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고 자평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현빈, 박신혜, 찬열(왼쪽부터) [tvN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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