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3, 15, 17, 18, 21, 22, 25.
이 다양한 숫자들은 바로 가야금의 줄 숫자이다. 가야금 연주자라고 소개했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가야금이 몇 줄인가 하는 것이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가야금은 12줄, 거문고는 6줄 이렇게 분류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많은 가야금이 탄생했다.
전통 12현 가야금은 서양음계와 딱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3음, 5음, 4음의 세 옥타브로 왼손으로 농현을 하면서 많게는 눌러서 5음 위까지 소리를 낸다. 따라서 서양악기와 협주를 할 때에는 12현 악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음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리 자체가 마이크를 쓰지 않으면 양악기 소리에 묻혀버리기도 하고, 또 웬만한 마이크로는 가야금 특유의 소리를 잡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줄 갯수를 늘리고 울림통을 키우고 고유의 명주실에서 합성섬유를 써서 현재의 25현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처음 25현을 접했을 때 받았던 인상은 ‘원래의 가야금과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악기’라는 것이었다. 현의 수가 많아졌기 때문에 웬만한 서양음악은 뚝딱 연주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다보니 가야금 특유의 농현으로 제 멋을 살리는 느낌은 한층 덜해졌다. 25현 가야금이 연주하는 서양음악 소리가 신선하고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외국인들은 다른 나라 악기로 그들의 음악을 흉내 내는, 그저 바이올린도 하프도 할 수 있는 연주를 악기만 바꾸었다는 신랄한 비평을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12현 가야금을 개량하여 줄에 아주 가는 철을 입혀서 크고 화사한 소리가 나는 21현 가야금을 만들어 쓰고 있다. 전통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21현 가야금 연주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무턱대고 비판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개량 가야금이지만 12현처럼 제대로 된 농현도 꺾고 구르기도 하는 확실한 전통의 소리를 그들은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25현 가야금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현대 음악과의 협업도 무척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전통의 뿌리도 지킬 수 있는 악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덕분에 공부할 것은 더욱 많아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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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영 / 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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