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티서 11만 달러 모아 5,000여종 목록 마쳐
▶ 한국에도 없는 희귀본 쏟아져

UW 한국학도서관 친구들 회원 등이 12일 열린 UW한국학 도서 목록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워싱턴대학(UW) 서고에 쌓여 먼지를 이고있었던 한국책들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UW 한국학도서관이 지난 2015년부터 줄곧 추진해온 ‘미정리 서적 목록 프로젝트’가 마침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UW 한국학도서관은 지난 12일 오후 동아시아도서관에서 ‘한국책 카탈로그 프로젝트’ 결과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보고회에는 부총장인 UW도서관장을 대신해 쉔 찌지아 동아시아도서관장을 비롯해 UW 도서관 사서 및 관계자, UW한국학도서관 친구들(회장 김영호)의 회원 등이 참석했다.
UW한국학도서관 이효경 사서는 “이 프로젝트에 총 11만1,055.59달러가 모여 아웃소싱 회사 등을 통해 창고에 방치돼 왔던 5,000여종의 책 목록 작업을 지난달 마무리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보물 같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시아를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하는 ‘WorldCat(세계종합목록)’에 UW한국학도서관만 소장하는 한국학도서가 2,030여종이 발견됐다. 더구나 200여종은 한국에서도 발견되지 않거나 찾아보기 힘든 희귀본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회남 작품인 <탁류를 헤치고>, 김상덕의 가정 소설인 <안해의 결심>, 최남선의 <시문독본>, 엄홍섭의 <인생사막> 등 10여종은 전세계에서 UW한국학 도서관만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는 서정주 시인이 자필로 써서 양주동 선생에게 보낸 시선집도 있고, 조병화 시인이 책 안에 영어로 편지를 써서 UW의 솔베그 교수에게 보낸 시집도 포함돼 있다.
한국 중앙국립도서관은 이번에 발견된 UW 도서관의 한국 책들에 대한 사료 가치를 인정해 조만간 전문가를 파견해 세밍하게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UW한국학도서관의 목록작업은 여러 면에서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주류사회에서도 의미가 크다. 주립대인 UW은 현재 한국책을 13만여권 소장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하버드대 다음으로 많은 소장량을 자랑한다.
UW은 1940년대부터 한국 유학생들로부터 한국어 책을 기증받아 수집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부터 한국학 사서를 고용해 장서 정리작업을 해왔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5,000여종은 아예 창고에 방치돼 왔다. 현재 UW 한국학도서관에서는 이효경 사서가 한국학 관련 책 구입과 관리 등을 총괄하고, 류혜자 목록 사서가 파트타임으로 책을 내용 또는 분야 별로 분류하고 있다.
류 사서는 소중한 책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지난 2014년 전체 소요예산인 10만 달러의 절반인 5만 달러를 목록기금으로 스스로 기부했다. 이후 한인 커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이 시작됐고, 모금 캠페인과 한인 책사랑 운동 등을 펼치기 위해 ‘UW한국학도서관친구들’이 결성됐다.
김영호ㆍ황선희ㆍ모니카 남궁ㆍ이정원ㆍ류혜자ㆍ송성실ㆍ이효경ㆍ제인 신씨 등 9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7월 1차 모금행사를 가진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소설가인 김탁환 작가를 초청해 제 50회 ‘북소리’행사를 겸해 모금활동을 벌여 목표액인 10만달러를 넘게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이 모금액에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적게는 몇백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달러까지 힘을 합쳤다.
목록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딛게 했던 류혜자 사서는 “뜻있는 분들의 동참과 관심으로 목록작업을 마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효경 사서 역시 “한국책 목록작업 완성이라는 목표를 두고 커뮤니티가 함께 나서 결국 목표를 이룬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면서 “목록기금에서 남은 2만6,000여달러는 향후 추가 도서구입 및 목록작업에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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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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