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에서 최근 불행한 사건·사고와 청와대 기강 해이가 밀려오는 파도처럼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정부가 예방 조치를 취해 ‘하인리히(Heinrich) 법칙’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쓴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1930년대 미국 보험사에 근무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 재해가 발생해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다. 이 법칙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못을 시정하면 대형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방치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 경기 고양시 온수관 파열 사고, 경기 파주시 배수관 공사 중 근로자 2명이 흙더미에 매몰돼 사망한 사고, 고양시 유류 저장소 화재, 서울 아현동 KT지사 통신구 화재, KTX 열차의 잦은 고장과 지연 운행, 군 훈련 중 포탄 오발 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또 청와대에선 음주한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 의전비서관의 음주 운전,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직원 비위 의혹 및 특별감찰반 직원 전원 교체로 이어진 연쇄 기강 해이 사건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저녁 고양시 백석역 부근에서 온수관이 터져 섭씨 80도가 넘는 뜨거운 물이 주변을 덮치면서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한데다, 수천 가구의 난방이 끊기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때 인근 주민들의 가정 전화와 휴대폰·인터넷·신용카드 결제 등이 불통되고, 군과 경찰의 통신망 일부까지 먹통이 됐다. 또 지난달 22일 서부전선의 육군 부대가 박격포 사격 훈련을 하던 중 오발 사고가 발생해 포탄이 800m 벗어나 사격장 인근의 다른 부대 기름 창고 옆에 떨어져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초 고양시에선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가 터널 공사장에서 대한송유관공사 유류 저장소를 향해 풍등을 날려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유성기업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이 출동한 경찰을 무시하고 회사 간부를 폭행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일련의 사건·사고에 대해 ‘하인리히 법칙’으로 설명하면서 문재인정부를 질타하고, 공직 기강을 책임지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 비서실, 특별감찰반, 경호실 등 내부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해 총체적 기강 해이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많은 사고가 생기는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이 실패한 것은 ‘정윤회 문건’ 유출, 청와대 일부 참모들의 호가호위 등 임기 중반기 이전의 이상 징후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문재인정부는 하인리히 법칙을 염두에 두고 안전 사고 우려가 있는 모든 분야를 철저히 점검해 대형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