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이 수용한 떠돌이 난민선 놓고 충돌, 프랑스“난민 거부 이탈리아 무책임”비난에
▶ 이탈리아, 프랑스 대사 초치·공식사과 요구

프랑스 비영리 구호재단‘SOS 메디테래니’가 13일 공개한 사진으로 이탈리아 해양경비대 보트가 지중해에 떠있던 난민 구호선 아쿠아리우스에 탑승했던 난민 일부를 태우고 스페인 항구로 가고 있다. [AP]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으로 향하게 된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사건을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13일 오전(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로마 외무부 청사로 전격 초치했다. 이는 아쿠아리우스의 항만 진입을 불허한 이탈리아를 “냉소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의 발언은 용인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 없는 것으로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민구조선의 입항 거부 결정을 내린 당사자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상원에 출석한 그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면 오는 15일 파리에서 예정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살비니 장관은 유럽연합(EU)의 난민분산 정책에 기초해 프랑스는 지난 3년 동안 9,816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 가운데 고작 340명만 받아들였다고 지적하며, “마크롱은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일 아침 당장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약속한 9,000명의 난민을 데려가라”고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냉소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이탈리아 국경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1만249명의 난민의 프랑스 진입을 거부했다”고도 꼬집었다.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는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된 난민 629명을 태우고 유럽 대륙으로 향하던 중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남쪽의 섬나라 몰타가 입항을 모두 거부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었다. 이 배는 결국 스페인의 수용 결정으로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려 발레시아 항으로 향하고 있다.
집권 시 불법 체류 난민 전원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천명해온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살비니 장관은 “바다에서 목숨을 구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이탈리아를 거대한 난민 캠프로 변모시키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라며 이 난민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한 채 이 배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몰타에 난민선 수용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몰타는 배에 타고 있는 난민들이 이탈리아 당국의 지휘 아래 구조된 이상 이들은 이탈리아가 수용해야 한다며 역시 항구를 열지 않았다.
한편,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약 70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도착했다. 이 같은 수는 이 기간 유럽으로 향한 전체 난민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난민들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이탈리아 국민 사이에 반난민 정서가 널리 퍼졌고, 이는 지난 총선에서 ‘이탈리아 우선’을 내세운 동맹의 지지율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자양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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