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은 관객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건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과 설명이 아니라 수많은 은유와 상징, 모호함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영화가 공개된 후 사람들의 대화 주제에 계속 오르내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호함 그 자체가 답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18일 칸에서 만난 이창동 감독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영화를 보는 과정은 지적 탐구의 연속이지만, 감독은 오히려 "영화를 단순한 감각으로 받아들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전작들과 달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차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닝'은 영화라는 매체 속성에 대한 감독의 깊은 고민 끝에 나왔다. 신작을 내기까지 8년이나 걸린 이유다. "사실 영화라는 매체는 비어있는 겁니다. 스크린에 비치지만, 빛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죠. 무언가 형상이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는 비닐하우스처럼요. 저 역시 삶의 미스터리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그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감독은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극에는 두 남자가 나온다. 고급 수입차를 몰며 윤택하게 살며, 겉보기에는 자상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벤(스티븐 연)과 자기가 처한 가난한 환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종수(유아인)가 있다. 감독은 "두 사람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둘의 관계 역시 미스터리한 코드로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종수를 작가 지망생으로 설정한 점도 흥미롭다. 그는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다"며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세계에 대해 어떤 질문이든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장면과 귀와 마음을 울리는 배경 음악 등 각각의 요소가 살아 움직인다. 이 감독은 "이전에는 제가 모든 요소를 통제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인물, 소리, 영상, 음악 등 각 요소가 각자 자유롭게 존재하면서도, 통제되지 않은 우연한 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시도는 영화 매체의 본성에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였다. 그는 "감독이 신 흉내를 내며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영화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창동은 칸이 사랑하는 남자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등 총 6편의 작품 중 5편이 칸에 초청됐다. 정작 그는 "칸영화제는 체질에 안 맞는다"고 했다. "칸에 와서 레드카펫에 올라가고 플래시를 받으려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닙니다.이건 마치 카메라 플래시처럼 현실이 아니죠. 여기에 취하면 망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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