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렛 더 선샤인 인’ [씨네룩스 제공]
"사랑의 부재는 일방통행이다." 롤랑 바르트(1915∼1980)가 '사랑의 단상'에 적은 문장이다. 이미 떠난 자에게는 사랑의 빈자리가 없다. 사랑의 부재를 말하는 건 남겨진 이만의 몫이다. 사랑을 원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하므로 사랑을 계속 갈망한다.
'렛 더 선샤인 인'은 사랑의 불균형과 고통에 관한 롤랑 바르트의 분석을 스크린에 옮긴다. 이자벨(줄리엣 비노쉬 분)은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사랑 찾기에 몰두한다. 불확실한 희망과 예외 없는 실패의 반복에 이자벨은 눈물이 날 만큼 괴롭다. 그러나 뻔하지만 다양한 남자들의 지질함이 웃음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화는 사랑의 고통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가 된다.

‘렛 더 선샤인 인’ [씨네룩스 제공]
이자벨은 파리의 미술가다. 남편과 이혼한 뒤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첫 상대는 유부남 은행가 뱅상(자비에 보부아). 자신은 '무미건조한 부르주아'와 다르다고 말하지만 속물 근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만나본다. 그러나 이자벨은 바텐더를 무례하게 대하는 천박함, "자기도 매력적이지만 내 아내는 특별해"라고 말하는 뻔뻔함을 견디지 못한다.
두 번째 상대는 연극배우(니콜라스 뒤보셸). 뱅상처럼 뚱보도 아닌 준수한 외모에, 같은 예술계 종사자로서 통할 법도 하다. 그러나 자의식이 지나친 건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느니 하는 말들은 듣고 있기 힘들다. 주저와 후회가 천성인 듯한 이 남자는 이자벨의 집에 함께 들어가는 데도 한참 걸린다. 결정적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사랑은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그러고는 집에 피자를 사서 가기로 했다며 떠난다.
이제 전 남편 프랑수아(로랑 그레빌)가 그리워질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절반의 재산권을 주장하는 뒤끝을 선사한다. 이후로도 몇 명의 남자가 이자벨 곁을 스쳐가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렛 더 선샤인 인’ [씨네룩스 제공]
영화는 어차피 실패가 예견됐는데도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이유가 뭔지 묻는다. "자신만의 인생 여정을 찾으면 아름다운 마음의 햇살을 보게 될 것"이라는 대사는 고통 자체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말처럼 다소 허망하게 들리지만, 피로와 환희가 교차하는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듯도 하다.
줄리엣 비노쉬는 여러 남자 배우들을 상대하며 사랑이 불러올 수 있는 온갖 감정들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카메라 역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제라르 드파르디외 등 프랑스 명배우들 연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