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야! 아무리 목메어 불러봐도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너의 반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잔잔한 파도소리가 되어 엄마의 가슴에 스며드는데도 또 다시 부르며 그리움에 기다림을 지울 수가 없구나.
훈이야! 미련한 이 엄마는 천년만년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단다.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많이 못했던 것이 이렇게 크나큰 후회가 될 줄을 몰랐었어.
훈이야! 너는 어려서부터 특이하게 자랐지.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운동을 잘해서 많은 상패와 메달을 받아오고 고등학교 때는 남가주 넓이뛰기 기록 보유자로 학교 체육관에 보존되기도 했었지.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때는 풋볼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는 데도 네가 꼭 해보고 싶다고 하더니 4년 동안 한인 최초로 주전 선수로 활약할 때 형, 엄마, 아빠는 정말로 자랑스럽고 뿌듯했었지.
사회생활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앞서가던 너는 늘 엄마, 아빠의 버팀목이었지. 늘 건강하고 웃음을 잃지 않던 네가 무엇이 그리 쫓기었는지 그 까짓 감기에 그만...
안타깝기가 한이 없구나. 병원에 있는 동안 따스한 너의 체온을 느끼며 같이 지냈던 일주일이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겐 그래도 마지막 행복한 시간이었단다. 엄마는 너에게 잘 가라는 말을 입 밖으로 할 수가 없었단다.
훈이야! 이 세상을 뒤로 하고 행복한 곳으로 떠나면서 네가 보여준 용기와 큰 뜻이, 또 6명의 새 생명을 구해준 너의 아름다운 이별이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할 것이란다. 네가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앤더슨(7세 아들)과 로간(9세 딸)은 남은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너와 같이 자랑스러운 아이들로 키워줄 테니 조금도 걱정 말아라.
이제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마음껏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펼쳐보고 지내고 있거라. 엄마, 아빠도 네가 지내는 곳으로 갈 때에 같이 만나 이별 없는 삶을 살자꾸나.
그리고 오는 7월에 육군사관학교 풋볼구장과 교내묘지에 너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준비 중에 있고 네가 좋아하던 하와이에도 너의 사랑방이 마련될 것이다. 너를 보내던 날, 열 살짜리 조카 이자벨이 600여명의 너의 친구들과 지인들 앞에서 들려준 애절한 추모곡에 모두들 울었단다.
훈이야! 만나는 그날까지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거라. 사랑한다!
-이 글은 지난 2월 독감으로 사망하기 전 6명에게 장기를 새 생명으로 기증한 고 제임스 전(45·한국명 전훈·본보 2월10일 보도)씨의 어머니 전정희씨가 아들을 추모하는 글이다.
<
전정희 고 제임스 전씨 모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