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현 검사 “성추행·인사 불이익”
▶ 도의원·전직 여경도 ‘성희롱’ 폭로
한 여성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으로 시작된 검찰 발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 사회 전체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할리웃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나도 그렇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겪은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전직 법무부 간부에게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여성 검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45) 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에 고발 글을 올린 데 이어 종편TV에 출연해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태근 검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 내에서 성추행, 성희롱뿐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이날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올린 글을 통해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모 검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안 검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으며, 2015년에는 원치 않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2015년 2월~2017년 5월)은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만 그 일이 검사 인사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의혹 규명과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서 검사가 8년 전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에 앞서 지난해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직접 이메일로 면담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이 면담 요청 이메일을 받은 뒤 서 검사와 법무부 간부 간 면담이 이뤄졌고, 서 검사는 이 간부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지만 그 뒤 폭로가 있기까지 법무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편 서 검사의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여성 의원인 이효경 민주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를 달고 동료 남성 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 의원이 춤추며 내 앞에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면서 해당 남성 의원은 현재 공직에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에서 근무하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로 이직한 임보영 기자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2015년 12월 경찰청 재직 당시 직속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면서 “그러나 가해자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글을 올렸다.
SNS와 대학 커뮤니티 등에는 자신이 직장이나 선후배 사이에서 당한 성희롱이나 성폭행 경험을 익명으로 털어놓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번 기회에 공직, 기업, 학계 등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완전히 추방하고, 남녀가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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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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