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의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그가 입원한 페루 리마 시내 일본계 페루인 이주 100주년 기념병원 앞에서‘후지모리의 자유’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P]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사진) 페루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 전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79)를 사면하면서 반발이 거세다.
최근 탄핵에서 살아남은 쿠친스키 대통령이 탄핵을 막아 준 후지모리의 아들 겐지 후지모리 의원에 대한 보은으로 그의 부친을 사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대통령 탄핵안 부결과 전 독재자의 성탄절 특사가 교묘히 엇갈리면서 음흉한 정치적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쿠친스키 대통령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사면을 결정했다”라며 후지모리의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후지모리는 전날 급격한 저혈압과 심장박동이상 증세를 보여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던 후지모리는 2009년 재임 당시 선거부정, 부패와 인권침해 혐의가 드러나 25년형을 받고 수감돼 있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결정이라고 했지만 서구 언론은 이 결정이 그의 탄핵을 막아선 민중권력당(FP) 소속 겐지 후지모리 의원에 대한 보상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브라질 기업 오데브레히트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탄핵 위기에 몰렸으나 지난 21일 의회는 8표차로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이는 겐지 의원이 누나이자 당대표 게이코 후지모리의 탄핵 추진에 맞서 자신을 따르는 일부 의원들을 동원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 대표가 대통령 탄핵 군불을 피우고, 아들인 겐지 의원이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을 키워 탄핵을 좌절시킨 뒤 이면에서 쿠친스키 대통령과 아버지 후지모리의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는 풍문이다. 인권연구 및 운동단체인 중남미워싱턴사무소(WOLA)의 조마리 버트 선임연구원은 “쿠친스키가 정치적 생존과 독재자의 자유를 바꾼 것”이라고 논평했다.
사면 결정에 겐지 의원은 “고귀하고 위대한 제스처”라며 환영했고 게이코 대표는 “부친이 10년 이상 자유를 잃은 채 부당하게 갇혀 있었다. 마침내 정의가 실현됐다”고 주장했다. 후지모리 지지자들도 그가 입원한 병원 근처에 모여 환영 집회를 열었다.
반면 페드로 카테리아노 전 총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반역”이라며 “독재자를 사면하는 것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더러운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변혁을 위한 페루인(PPK)’당의 의원 2명이 항의하는 뜻으로 사퇴했고 내각에서도 사퇴자가 나올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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