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는 것만으로 피로가 풀리고 정신없이 웃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린다.
얼마 전 남성 연예인들의 싱글 생활을 보여주는 <미운 우리 새끼>라는 예능 방송을 보고 있었다. 미혼 남성 연예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어머니들과 진행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진행자 중 이혼 경력이 있는 서장훈 선수가 결혼생활에 대한 훈수를 두자 다른 진행자가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이혼을 했느냐”며 놀린다.
다른 패널들이 깔깔 웃었고 그는 멋쩍어했다. 이혼이 죄도 아닌데 이혼한 이유만으로 그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서장훈 선수가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이런 장면이 있었다. 개그맨 김구라, 가수 이상민의 이혼도 이런 식으로 희화화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미국의 이혼율은 45% 정도다. 두 커플 중 하나는 이혼하는 셈이다.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혼경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이혼했다고 창피해하지도 않는다.
수십 년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활방식을 고수하던 두 사람이 만나 부부로서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꾸준히 이해하고 배려하며 맞춰 나가야 하는 것이 결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지만 그렇다고 이혼이 쉬운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결혼식처럼 이혼 파티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주고 쿨 하게 관계의 종결을 선언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혼 파티를 통해 친구들과 지인들로부터 불필요한 동정 및 위로를 받지 않고 일일이 이혼 소식을 전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고 한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누구나 실수를 한다. 누군가는 배우자 선택에 있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살다가 신의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서로 사랑의 감정이 다하여 놓아줄 수도 있고 서로의 행복을 위해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혼이 신성한 만큼 이혼도 신성하며 한 인간이 성숙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세이 <이혼 일기>를 쓴 이서희 작가는 “사랑의 이야기가 많은 만큼 이별의 이야기도 무수하다. 사랑과 결혼의 이야기를 즐겨 묻는 것만큼 이혼의 이야기도 궁금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혼의 이야기가 필요한지 모른다. 생전의 이별이든 앞선 죽음이든 인간의 관계는 이별을 예비한다. 미리 이별에 압도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좀 더 이별에 편안하고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혼이 숨겨야 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관계에 있어 실패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으면 된다. 이제는 이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다. 이혼은 남은 인생을 위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 중 하나이지 결코 흠이나 죄가 아니다. 누군가의 이혼 경력을 더 이상 웃음거리로 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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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 adCREASIANs 어카운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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