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R 아이언?”

30일 바하마에서 막을 올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301일 만에 실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영원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골프 클럽이 화제가 됐다.

이날 우즈가 갖고 나온 클럽 가운데 드라이버와 3번 우드, 5번 우드, 그리고 4번 아이언은 테일러메이드 제품이었다. 우즈는 지난 1월 나이키가 골프 클럽과 시장에서 철수하자 테일러메이드와 클럽 사용 계약을 했기에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우즈의 아이언은 그야말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제품이었다. 우즈가 사용한 아이언에는 기존의 브랜드 이름이 전혀 없이 ‘TGR’라는 영문 알파벳 3글자만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TGR’은 지난해 우즈가 새로 출범시킨 사업 브랜드이다. 그러나 우즈가 직접 아이언을 제작했을 리가 없어 어떤 회사가 ‘TGR’ 아이언을 만들었는지 궁금증을 낳았다. 사실 ‘TGR’ 아이언은 지난 10월에 열린 자선 골프 클리닉 행사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공식 대회에서는 처음 선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 견해는 두 갈래다. 하나는 테일러메이드가 우즈의 주문에 따라 제작한 시제품이라는 추측이다. 테일러메이드는 우즈와 계약할 때 “우즈가 새로 전용 아이언을 개발하는 데 참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즈는 나이키가 골프 클럽 시장에 발을 디딜 때도 아이언 신제품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TGR’ 아이언에 대한 테일러메이드의 태도는 모호하다. 테일러메이드는 골프위크의 문의에 “우즈의 참여 아래 새로운 아이언 개발에 착수했으며 그의 복귀를 환영한다”고만 밝혔다.

‘TGR’ 아이언은 기존 테일러메이드 아이언과 겉모습이 딴판이다. 오히려 우즈가 오랫동안 써왔던 나이키 블레이드형 아이언과 거의 똑같다. 이에 따라 우즈가 아직 테일러메이드와 아이언 사용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개인적으로 주문해 만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우즈의 클럽에는 이제 더 이상 시장에 나오지 않는 나이키 제품이 여전히 포함된 사실도 흥미롭다. 2개의 웨지는 나이키 제품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이는 탄도와 스핀양 조절을 통해 정교하게 비거리와 굴러가는 거리를 제어해야 하는 웨지이기에 손에 딱 맞는 제품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퍼터는 타이틀리스트 스카티카메론을 선택했다. 우즈는 2011년 나이키 퍼터로 바꾸기 전까지는 타이틀리스트 스코티카메론 퍼터를 썼는데 나이키와 계약 종료 후 다시 스카티카메론으로 돌아간 것이다. 볼은 지난해 12월 사용 계약을 한 브리지스톤 제품이다.

우즈가 이렇게 여러 가지 업체 클럽을 섞어 쓰는 것은 2001년 이후 16년 만이다. 그는 프로 입문 초기인 1997년 킹코브라 드라이버에 타이틀리스트 페어웨이 우드, 미즈노 아이언, 클리블랜드 웨지, 그리고 타이틀리스트 스코티카메론 퍼터로 매스터스 우승을 일궜다.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을 차례로 우승한 2000년에는 모든 클럽이 타이틀리스트 일색이었지만 볼은 이때 처음으로 나이키 제품을 선택했다.

우즈가 클럽을 모조리 나이키 제품으로 채우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다. 용품 시장에도 커다란 판도 변화를 가져왔던 우즈의 복귀에 따라 다시 한 번 골프용품 시장이 출렁댈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