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에 염료를 쏟고 있는 자칭 무정부행위 예술가 그라치아노 체키니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를 상징하는 대표적 명소인 트레비 분수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이탈리아 경찰은 26일 트레비 분수에 붉은 색 염료를 풀어넣은 자칭 무정부 행위예술가 그라치아노 체키니(64)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이날 트레비 분수의 측면에 올라간 뒤 기습적으로 염료를 쏟아부었다.
분수의 물이 별안간 붉게 변하자 경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을 현장에서 내보낸 뒤 물을 모두 뺀 채 건축물에 손상이 생겼는지 여부를 살폈다.
이번 일을 저지른 체키니는 이날 소동 직후 "염료는 분수에 해가 없다. 이번 일은 로마의 부패와 쓰레기에 항의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로마가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며 로마가 예술과 생명, 르네상스의 수도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절규"라고 주장했다.
우파 극단주의 활동가 출신인 그는 2007년에도 트레비 분수에 붉은 색 페인트를 들어부어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로마 시가 비용을 들여 국제영화제를 주최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일에 맞춰 행동했다.
10년 만에 동일한 행동을 되풀이 한 이날 역시 로마 국제영화제의 막이 오른 날이다.
그는 2008년에는 로마의 또 다른 명소인 스페인 계단에 수 십 만개에 달하는 형형색색의 공을 풀어놓아 시의 쓰레기 수거 요원들을 긴급 출동케 한 전력도 있다.
그는 가벼운 벌금 처분만을 받은 이런 기행 이후 다수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탔고, 저명한 예술평론가인 비토리오 스가르비 등은 공공질서를 해치는 그의 행위가 전형적인 현대예술의 특성을 띠고 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한편,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온다는 속설을 간직해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장소인 트레비 분수는 분수에 들어가고, 분수 주변에서 음식물을 먹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로마 시 당국은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트레비 분수 등 시내 주요 분수 주변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최대 240유로(약 31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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