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퍼드대 교수팀 실험… “‘깊게’보다 ‘넓게’ 읽는 게 해법”
유명 대학 재학생 등 고학력자도 가짜뉴스 등 엉터리 인터넷 정보에 잘 속는다는 국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통상 글을 꼼꼼히 읽지만, 이런 '깊게 읽기' 습관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러 출처를 얇고 넓게 읽는' 습관이 인터넷 팩트 체킹(사실 확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의 샘 와인버그 교수팀은 스탠퍼드대 재학생 25명, 박사급 역사가 10명, 언론사의 현직 팩트 체커(사실 확인자)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최근 보고서로 공개했다.
연구진은 3개 그룹에 제한 시간 내 인터넷 콘텐츠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과제를 시킨 결과, 스탠퍼드대 재학생과 역사가가 팩트 체커보다 엉터리 정보에 속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대인 스탠퍼드대의 학생이나 원본 출처를 꼼꼼히 따지는 전문가인 역사가도 다른 사람처럼 가짜뉴스나 부정확한 정보를 사실로 믿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3개 그룹에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AAP)와 미국소아과의사협회(American College of Pediatricians·ACPeds) 웹사이트에 각각 게재된 기사를 읽고 어떤 웹사이트가 더 믿을만한지를 판정하게 했다.
AAP와 ACPeds는 명칭이 비슷하고 모두 잘 디자인된 웹사이트를 갖췄지만, 의학계의 위상이 정반대다.
AAP는 회원이 6만4천여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소아의학 단체로 명망이 높다. 반면 ACPeds는 2002년 동성 부부의 아기 입양을 반대하는 보수 성향 의사들이 꾸린 단체로 회원이 200∼500명이고 과격한 주장 때문에 학계 신뢰도가 매우 낮다.
실험에 참여한 팩트 체커는 모두 AAP를 신뢰할 만한 곳으로 지목했지만, 역사가는 AAP의 손을 들어 준 이가 50%에 불과했다. 역사가 중 'AAP와 ACPeds 모두 믿을만하다'는 답변은 40%, ACPeds를 신뢰한다는 반응은 10%에 달했다.
스탠퍼드대 재학생은 ACPeds만을 신뢰할 단체로 꼽은 비율이 64%에 달했고, AAP·ACPeds 모두가 믿을만하다는 답변이 16%였다. AAP를 제대로 택한 이는 20%에 그쳤다.
연구진은 또 실험 참가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슈를 다루는 '미니멈웨이지닷컴' 웹사이트의 게시물을 읽고 사이트의 신뢰도를 따지게 했다.
미니멈웨이지닷컴은 비영리 연구 단체인 '고용정책연구원'(EPI)이 운영 주체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호텔·레스토랑 업계에 고용된 로비 회사가 만든 엉터리 웹사이트이고 EPI도 실체가 없는 유령 기관이다.
미니멈웨이지닷컴 배후에 로비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비율은 팩트 체커가 100%였던 반면 역사가와 재학생은 각각 60%와 40%에 그쳤다.
웹사이트를 꾸며낸 로비 회사를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도 팩트 체커가 평균 205초였지만, 역사가는 361초, 재학생은 419초를 써야 했다.
연구진은 "역사가와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한 자료를 꼼꼼히 파고들며 '수직적으로'(Vertically) 읽었지만 그럴듯한 홈페이지 로고나 웹사이트 주소 같은 겉모습에 쉽게 속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터넷의 가짜 정보를 적발하는데 익숙한 팩트 체커들은 한 자료를 깊게 읽는 대신 이곳저곳 출처의 텍스트를 빠르게 훑어보며 '수평적으로'(laterally) 독해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특정 웹사이트를 보고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으면 바로 웹 브라우저의 다른 탭(화면)을 열어 관련 검색을 해보는 식의 습관 덕에 효율적으로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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