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외무부 당국자에게 가벼운 인사만”…대화 시기 계산하는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러시아 주최 측의 안내를 받으며 21일(현지시간) 회의장에 들어가는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북아메리카국장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 남북한과 미국 등의 전·현직 관료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남북한 또는 북미 당국자 간 회동이나 1.5 트랙(반관반민) 접촉이 기대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한국에선 이상화 북핵외교기획단장(국장급), 미국에선 제이슨 레브홀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한국과 부과장 등의 정부 당국자가 참석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커졌다.
이 단장과 최 국장은 각각 남북한의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파견했다.
미국에선 또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분석관 등 전직 관료와 지크프리드 해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연구원 등 핵 전문가도 회의에 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모처럼 찾아온 한국, 미국 측과의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를 이용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틀 회담 동안 남북한 및 북미 정부 당국자 간 회동은 물론 북한 대표와 전직 미국 관료나 연구자 사이의 1.5 트랙 회동 등 의미 있는 접촉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 국장은 회의장과 만찬장 등에서 한국 측 이 단장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을 뿐 더 이상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 북한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했던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 러시아 측의 끈질긴 중재 노력에도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끝내 거부했고, 이번에도 최 국장이 한미 관계자와 일절 접촉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북한 지도부가 스스로 설정한 어떤 시기까지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비확산회의를 주관한 러시아 싱크탱크 '에너지·안보연구센터'도 북한과 참석국 대표들의 별도 회동을 주선하려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 국장만을 싸고도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21일 이틀째 회의는 전날처럼 주요 세션이 대부분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이 최 국장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취재 열기를 이유로 기자들의 회의장 접근을 전격 차단하면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에 기자들이 강하게 항의했으나 주최 측은 "우리에겐 기자들보다 참석자들이 더 중요하다"며 끝내 회의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주최 측이 회의장 안팎에서 북한과 최 국장을 배려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며 "러시아가 국제회의에 최 국장을 불러들여 북한 측의 입장을 선전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자신들은 행사 흥행 기회를 얻는 '포럼 장사'(Forum Shopping)를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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