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동기 불분명”… 트럼프·언론‘테러’표현 삼가
▶ ‘비 백인·무슬림엔 폭넓게 적용’이중잣대 비판도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앞줄 맨 왼쪽) 등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4일 연방 의사당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총기단속 법안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AP]
미국 역사상 최악의 ‘라스베가스 참사’를 일으킨 백인 총기 난사범 스티븐 패덕(64)은 과연 ‘테러리스트’인가.
현재까지 최소 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극으로 충격에 빠져있는 미국에서 ‘테러리즘’ 개념 논쟁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3일과 4일 전했다.
치밀하게 계획된 잔인한 범행 수법만 놓고 보면 어떤 노골적인 표현을 동원해도 부족할 듯싶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라는 표현을 굳이 삼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인 2일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악의 행위”라고 비난했다. 3일에는 기자들에게 총기 난사범 패덕을 “매우 매우 아픈 사람”,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다. 패덕은 회계사 출신의 비교적 여유 있는 은퇴자로 라스베가스 근교의 시골 마을 모스키트에 있는 은퇴자 마을에 거주했던 백인 남성이다.
연방 의회 정치인들도 대체로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테러리즘의 개념 정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법은 테러리즘을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위해 정부 또는 시민을 위협·강압하고 인명과 재산에 불법적인 폭력을 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범행동기가 확인되지 않으면 테러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하고 나섰지만, 미 수사당국은 “국제 테러단체와의 연계 정황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이번 참사의 범행동기도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테러 또는 테러리스트로 섣불리 규정하기는 어렵다. 미 언론들도 이런 분석에 대체로 공감하며 보도에서 ‘테러’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미 정치권이 개념 정의와 무관하게 테러라는 용어를 폭넓게 사용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금이라도 비 백인 또는 이슬람 교도(무슬림)와 연관된 사건에 대해선 성급하게 테러로 규정하는 일이 적잖았다. 지난 2016년 6월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 참사가 발생하자,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트럼프는 즉각 ‘테러’로 규정하면서 “무슬림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당국은 범인이 IS에 충성을 맹세한 사실을 들어 테러로 규정했지만, 동성애자(게이)라는 그의 성적 정체성이 범행과 연관돼 있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정확한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라스베가스 참사는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동기를 요구하는 테러리즘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는 개념 정의 차원을 떠나 언어적 무기다. 특히 무슬림에 대해…”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은 “테러리스트 또는 테러 행위의 개념 정의에 대한 합의된 공감대가 없다”면서 “그 용어의 사용은 흔히 가치 판단과 맞물려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라스베가스가 속해있는 네바다 주는 범행동기와 무관하게 ‘대중에게 신체적 사상을 가하는 폭력 행위’를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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